상습 폭언도 상해죄 적용?

검찰, 전 삿포로 총영사 기소...

법원, 폭언 상해죄 인정할 지 관심


"개보다 못하다" "뇌 고장 났어?"


상사로부터 이런 폭언을 계속해서 들으면 어떻게 될까요. 부하 직원 입장이라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겠지요.


이로 인해 우울증까지 생겼다면, 폭언을 한 상사를 처벌할 수 있을까요?


최근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판단이 검찰이 내렸습니다.


폭언으로 인한 상해죄를 적용한 건데요. 어떻게 된 사연인지 살펴볼까요.


한모(56·여) 전 삿포로 총영사는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공관 여비서 A씨에게 “개보다 못하다” “머리가 있는 거니 없는 거니” “뇌 어느 쪽이 고장 났어” 등 수십 차례 폭언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해 9월 재외공관 부당대우 피해사례 실태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한 전 총영사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여비서 A씨는 검찰 조사에서 “1년 반 동안 하루가 멀다고 폭언에 시달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씨는 한 전 총영사의 폭언을 기록한 녹음파일 40개를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모두 20시간 분량이었습니다. 


한 전 총영사는 “A씨를 가르치려 한 것”이라며 나쁜 의도로 폭언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사회적 통념과 달리 폭언이나 욕설의 경우 죄를 묻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전 총영사와 A씨, 두 사람 사이의 일을 모욕죄로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한 전 총영사의 폭언에 대해 협박이나 강요죄를 적용하기도 힘들었습니다.

한편 형법 제257조 상해는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소시효는 7년입니다. 


이때 정신적 상해의 경우 피해자의 주관적 호소 외에는 객관적으로 계량화할 수 있는 기준이 마땅치 않아 여태껏 성폭력처벌법상 강간치상죄에 한해서만 적용돼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서울중앙지검은 한씨에 대해 상해죄를 의율해 불구속 기소 했습니다.


강간이 아닌 폭언 등에 따른 정신적 피해에 대해 상해죄로 기소한 사례와 이에 대한 판례는 찾아보기 힘든데요.


강간치상죄의 상해에는 불안, 불면, 악몽, 우울감정, 대인관계 회피 등 정신과적 증상인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도 해당된다고 대법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상해는 피해자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으로, 생리적 기능에는 육체적 기능뿐만 아니라 정신적 기능도 포함된다는 판단입니다. 


실제로 강간 피해자의 정신적 상해가 입증될 경우 가해자에게 강간치상죄가 적용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생겨 일본 병원에서 ‘6개월간의 가료를 요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A씨에게 관련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폭언과 우울증 간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지속적 폭언에 따른 우울증도 강간치상죄의 경우처럼 상해죄로 의율할 수 있다고 보고 법원의 적극적 판단을 구해보기로 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한국과 상해죄의 구성요건이 동일한 일본에는 우울증을 유발한 지속적인 폭언에 대해 상해죄로 기소해 유죄가 확정된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일본 판례 2건을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한 전 총영사가 볼펜을 던지고 휴지상자로 손등을 치는 등 A씨를 세 차례 때린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습니다. 


검찰은 이 부분은 상해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보고 폭행죄를 적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물리적 폭력을 휘두른 부분은 폭행, 정신적 폭력을 가한 부분은 폭행보다 법정형이 더 높은 상해죄로 의율된 셈입니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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