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분만 지시 사건, 업무상 과실치상 무죄...어떻게?

의료 행위와 태아 상태 인과관계 인정 어려워 '무죄'


이른바 '카톡 분만 지시 사건'에서 법원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의 무죄 판단 근거는 무엇이었는지 살펴봤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경진 판사는 지난 20일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병원장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했는데요. 


태아를 뇌손상에 이르게 한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A씨가 사고를 무마하기 위해 병원기록을 조작한 혐의만 유죄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에 A씨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습니다.  


A씨는 지난 2015년 1월 분만을 위해 병원을 찾은 산모에게 분만촉진제를 투여할 필요가 있는데도 환자를 직접 돌보지 않고 카카오톡 메신저로 간호사가 대신 투여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데요. 조사 결과 당시 A씨는 10시간 넘게 산모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결국 태아는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은 채로 태어나 뇌손상을 입었고 이후 대형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3개월 만에 숨졌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간호사에게 메신저로 분만촉진제 투여를 지시한 A씨의 의료행위를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볼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됐습니다.


검찰은 죽음에 직접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더라도 뇌손상을 입은 채로 태어나게 하는 등 태아를 위험에 빠트린 것이라고 판단했는데요. 특히 분만촉진제를 투여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A씨의 지시를 받은 간호사가 분만촉진제를 투여했고 이것이 뇌손상의 원인이 됐다고 봤습니다.



이에 검찰은 A씨에게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의료행위는 의료인이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초해 반복·계속해 행하는 ‘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사건을 담당한 김경진 판사는 분만촉진제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A씨가 직접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는 등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점은 인정되지만 A씨의 의료행위와 태아 상태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감정결과가 있는 만큼 검찰측 증거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ㆍ중과실 치사상)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한국의료분쟁조정원에 따르면 주의의무 위반, 오진 등으로 인한 의료사고 건수와 의료분쟁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사고를 형사처분하는 것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도 상당합니다.


일례로 지난 10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이 오진으로 8살 어린이가 숨진 사건에서 오진을 한 의사들에게 금고형을 선고하자 의료계가 대대적으로 반발했는데요. 


오진에 의한 의료사고가 확실할지라도 형사처분까지 내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또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들은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주최 측 추산 1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의료행위에 대해 형사처분을 면제해주는 내용의 가칭 ‘의료분쟁특례법’의 제정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소송과 별개로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오는 27일에는 이번 사건의 산모가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는데요. 의료진(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입니다.


앞서 민사소송 1심 재판부는 "산모와 태아에 대한 감시·관찰을 세심하게 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A씨가 산모에게 1억5000만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는데요. 


형사재판에서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려진 만큼 민사 항소심 결과에도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①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 법원은 전항의 손해배상을 정기금채무로 지급할 것을 명할 수 있고 그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상당한 담보의 제공을 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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