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병원 진료기록 성실히 작성하지 않아 인정 어렵다"
말기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70대 고령 환자에게 프로포폴을 과다 투여해 숨지게 한 병원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1심의 판단을 2심에서 뒤집었는데요.
병원의 진료기록부가 불성실하게 작성 돼 믿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말기 신부전증으로 투석 치료를 받던 A(사망 당시 72세) 씨는 2013년 5월 7일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골절상을 입고 뇌출혈과 함께 의식을 잃었습니다.
일반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씨는 같은 달 13일 광주의 모 대학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하는 등 증상이 호전됐습니다.
이어 24일 병원 측이 위장관 출혈을 확인하려 일반 위내시경 대신 수면 위내시경 검사를 위해 프로포폴을 투여하자 A씨는 호흡부전에 의한 저산소성 뇌 손상을 일으켰고 이듬해 2월 숨졌습니다.
유족은 대학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건강한 성인이라도 호흡이나 저혈압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의료진이 프로포폴 사용 전 정확한 평가를 위해 심장내과 협진을 한 점 등을 보면 프로포폴 투여에 대한 병원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달랐습니다.
광주지법 민사1부(이건배 부장판사)는 "프로포폴 적정량을 투여하지 않아 환자를 숨지게 한 과실이 있다"며 병원 측이 유족에게 5천400여만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병원은 환자에게 프로포폴을 투여하면서 적정 용량과 속도를 지키지 않아 저산소증을 유발한 과실이 있고, 환자는 저산소증으로 발생한 뇌 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일반 성인의 경우 프로포폴을 환자 몸무게(㎏)당 초기 용량 0.5∼1㎎을 투여하는데, 이를 숨진 환자의 몸무게(75㎏)에 적용하면 초기 용량은 37.5∼75㎎이 된다"며 "고령이고 전신 상태가 약화한 말기 신부전증 환자로서 프로포폴 초기 용량은 적어도 이를 50% 감량한 18.75∼37.5㎎이 적절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또 "병원 측은 환자에 대한 프로포폴 투여 초기 용량이 40㎎이고 그 후 환자의 경과를 살펴 추가 투여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초기 용량의 적정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병원 측이 진료기록을 성실히 작성하지 않아 내부 투여 기준만을 증거로 투여한 초기 용량이 40㎎이라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내시경 검사 전 환자의 몸무게를 측정한 기록이 없어 투여 용량을 결정하면서 병원 측이 세심하지 못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의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이후의 법적 분쟁에 대비해서라도 진료 기록이 꼼꼼하게 작성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판결입니다. 특히 의료법에는 진료기록을 상세하게 작성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진료기록작성에 유의하셔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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