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내시경 후 침대에서 떨어져 부상, 병원에 책임이 있을까?

법원 "주의 의무 소홀...50% 책임"


요즘 건강검진 많이들 받고 계시죠. 수면내시경도 건강검진 중 하나로 받게 되시는데요.


수면내시경 후 의식 회복이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침대에서 떨어져 하반신 마비와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됐다면, 병원이 책임을 져야 할까요?


최근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판례가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2014년 12월 A씨는 건강검진을 위해 B대학병원에 방문합니다. 의료진은 A씨에게 미다졸람 4㎖를 주사한 후 약 9분간 상부 소화관(식도, 위, 십이지장) 내시경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검사를 마친 후 의료진은 A씨를 회복실로 이동시킨 다음 A씨 다리가 회복실 벽으로 향하고 머리가 회복실 통로로 향하도록 침대를 배치한 후 침대 옆 부분의 난간을 올리고 침대 바퀴까지 고정했습니다.


그런데 A씨가 회복실로 옮겨진 지 얼마 되지 않아 A씨는 그만 머리가 위치한 앞쪽 방향으로 베개와 함께 침대에서 쿵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낙상사고 직후 의료진은 A씨의 혈압과 의식정도 등을 확인한 다음 A씨를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는데요. 


A씨는 경추손상에 대한 보존적 치료를 받은 후 다른 대학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A씨는 현재까지 척추 손상에 따른 양측하지 부전마비와 배뇨·배변 장애로 재활치료와 검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A씨와 가족들은 B대학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은 병원 측이 A씨에게 3400여만원을, 남편 C씨에게는 위자료 150만원, 자녀들에게는 위자료 각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병원은 항소 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병원의 주의의무 소홀로 낙상사고가 발생했다"며 "병원 측이 낙상사고로 A씨와 그 가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의료진으로서는 수면내시경 검사를 마친 A씨의 의식이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 옆에서 의식회복 여부를 계속 주시하고, 의식이 완전히 회복된 것을 확인한 후 몸을 움직이도록 지도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낙상사고의 발생시점이 수면내시경 검사를 마친 때로부터 불과 10분 정도만이 경과한 시간이어서 당시 A씨는 미다졸람의 약효(진정효과)로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보이는 점, 의료진은 당시 내시경실과 회복실, 세척실을 오가며 회복실 내 환자들을 관찰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재판부는 "병원 측이 1심에서는 의료진이 수면내시경을 마치고 회복한 후 귀가하려는 다른 환자를 안내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낙상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다가 2심에서는 수면내시경 검사를 끝내고 회복실로 입실하는 다른 환자를 관찰하던 짧은 순간에 A씨가 혼자 임의로 움직이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등 의료진의 지배 영역인 회복실에서 일어난 사고의 원인과 경위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이 A씨에게 낙상예방간호 실무지침서에 따른 낙상예방교육을 실시한 점, A씨는 의식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으나 의사전달은 가능한 상태에서 의료진을 호출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침대 위쪽으로 환자가 낙상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예측하기 힘든 점 등을 이유로 병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습니다. 여기에는 A씨가 사고 당시 만72세의 고령으로 골다공증을 앓고 있었던 점도 감안됐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병원 측이 1심에서 지급하라고 판결받은 금액에 추가로 A씨에게 치료비와 위자료 명목으로 7200여만원을, 남편 C씨에게 위자료 150만원을, 자녀에게 위자료 각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병원 측에서는 수면 내시경을 마친 후 환자의 의식이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일깨우는 판결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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