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브이는 마징가제트의 저작권을 침해한 걸까

법원 "국기인 태권도 기반...독립적 저작물" 판결


국산 캐릭터 '로보트 태권브이(V)'가 일본 만화 캐릭터 '마징가 제트(Z)'를 모방한 걸까요.


최근 완구 수입업체들 사이에서 벌어진 논쟁에 법원이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로보트 태권브이는 마징가 제트와 독립적 저작물 이라고 판단했는데요.


어떤 상황인지 살펴보겠습니다.


1976년 만화영화로 만들어진 로보트 태권브이는 4년 먼저 일본에서 방영된 마징가 제트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40년 넘게 받아왔습니다. 


로보트 태권브이 만화영화를 만든 김청기 감독도 과거 "마징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주식회사 로보트태권브이는 태권브이에 관한 미술·영상 저작물로서 저작권을 보유한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A씨의 완구류 수입업체 회사가 제조·판매한 나노 블록 방식의 완구가 태권브이와 유사해 저작권을 침해받았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주식회사 로보트태권브이의 손을 들어주며 "A씨는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


 

태권브이(왼쪽)-마징가제트(가운데)-그레이트마징가(오른쪽)

A씨는 재판과정에서 "태권브이는 일본의 '마징가 제트'나 '그레이트 마징가'를 모방한 것이라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창작물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태권브이는 등록된 저작물로, 마징가 제트나 그레이트 마징가와는 외관상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며 "태권브이는 마징가 등과 구별되는 독립적 저작물이거나 이를 변형·각색한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태권브이는 대한민국의 국기(國技)인 태권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일본 문화에 기초해 만들어진 마징가 등과는 캐릭터 저작물로서의 특징이나 개성도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두 캐릭터의 가슴 부분에 새겨진 빨간색 V자 형태와 머리 위의 빨간색 뿔, 이마 부분의 머리띠 형태와 머리띠의 점 등이 거의 동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가슴 부분의 빨간색 V자 형태를 두고 “가장 눈에 쉽게 띄는 특징으로, 가슴에 단절되지 않은 V자가 새겨진 로봇 캐릭터는 흔치 않다”며 “마징가 제트의 경우 가운데 부분이 끊겨 있고 형태도 태권브이와는 약간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나노 블록 완구 특성상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다양한 형태로 조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된 조립 형태는 태권브이 모양이라고 봐야 한다"며 "주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비자가 과연 로봇이 아닌 다른 형상을 만들지 의문"이라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1976년 개봉한 ‘로봇 태권브이’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입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사실적인 동작을 위해 실제 태권도 겨루기를 찍은 화면 위에 투명한 셀룰로이드지를 대고 하나하나 모습을 따라 그렸습니다. 


컴퓨터를 이용한 모션 캡처 기술이 없던 당시로선 파격적인 시도였다. 2006년엔 한국 로봇산업의 발전과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로봇등록증을 산업자원부로부터 받기도 했습니다.


마징가 제트는 세계 평화를 위해 싸우는 로봇 마징가 제트의 이야기로 1972년 일본 후지TV에서 처음 방영된 이후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제원은 높이 18m로 태권브이의 3분의 1이며, 무게는 20t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최대 시속은 360km, 손가락에서 날아가는 미사일, 눈에서 나오는 에너지빔, 로켓 펀치 등이 주 무기입니다.


법원의 이번 판결로 한-일 지적재산권 40년 묵은 난제가 해결 됐다는 평이 있는데요.


일각에선 법원의 판단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이후 항소가 이어질지 관심 갖고 지켜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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