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으로 분만지시, 의사의 책임은-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법원 "카카오톡 메시지로 약품 투여량 결정... 

의료과실 인정"


“아파하세요?”

“네 원장님. 엄청 아파합니다.” 

“무통(주사) 스타트하고 옥시(옥시토신·자궁수축 호르몬)도 스타트.”

“아기 심박수 괜찮으면 옥시 스타트. 혼자 누워서 힘주는 연습하시도록 해주세요. 지금 누가 근무하세요? 커피 사다 줄까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이요.”


서울 강남의 한 산부인과 의사 A씨와 간호사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입니다. 

산모가 진통을 겪는 동안 의사는 병원에 없었고, 대신 간호사가 산모의 상황을 카톡으로 보고하면서, 의사는 처치 방안을 지시했습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아기가 사망했고, 망아의 부모는 의료과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A씨의 의료과실을 인정된다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판결문에 따른 사건을 살펴보면, 2015년 1월 경 오전 6시, 양수가 터진 산모 B씨가 서울 강남의 한 산부인과에 긴급 후송됐습니다. 


그리고 담당 의사 A씨는 B씨가 병원에 도착한 후 10시간경까지 산부인과가 외부에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산모의 상태확인과 진료지시, 처방이 카카오톡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담당 간호사로부터 진통의 세기와 자궁문이 열린 정도 등을 보고받았고, 처치를 지시하였습니다.  


카카오톡으로는 이날 오전 10시쯤 “오후 1시에 분만하자”고 한 후에, 점심시간 즈음  “일 좀 더 보고 오후 3시 반에서 4시쯤 (병원에) 들어가겠다”고 하였고, “오후 2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는 전화를 못 받으니 카톡으로 (보고를) 부탁한다”는 대화를 나눈 것이 확인됩니다. 


오후 2시쯤. B씨의 자궁문이 완전히 열린 것으로 확인되며, 담당 간호사는 “산모분, 아까보다 점점 더 진통 올 때마다 아프다고 합니다”라고 보고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1시간 30분 즈음 지난, 오후 3시 30분쯤에 카톡으로 처방지시가 있었습니다. “아기 심박수 괜찮으면 옥시 스타트. 혼자 누워서 힘주는 연습하시도록 해주세요”라고 했습니다. 


옥시토신은 자궁수축을 돕는 호르몬인데, 자칫 과다 투여하면 태아가 사망하거나 산모의 자궁이 파열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로부터 30분이 지난 오후 4시쯤 다시 간호사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그는 “제가 15분 내로 병원 갈게요. 옥시 4로 줄여주세요. 내진해 보시고”라고 한 뒤 “휴일에 고생하는데 커피 주문받는다”라며 커피를 사서 병원에 들어갔습니다. 



오후 4시 51분. B씨는 자연분만으로 출산했습니다. 하지만 아기는 첫울음도 없이 축 늘어졌습니다. 아기는 근처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3개월 뒤 심장이 멎어 사망했습니다. 뇌에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해진 것이 사인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이에 망아의 부모들은 “병원 밖에서 카톡 메시지로 간호사에게 진료와 처치를 지시하는 등 의료법을 위반했고 각종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 제기를 하였습니다.


부모들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자궁 수축이 잘 되었기 때문에 당시 분만이 빨리 진행될 수 있었고, 옥시토신을 투여할 필요도 없었다”며 “다른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간호사에게만 맡겨놓은 채 산모를 10시간 30분 가량 방치했고, 아기가 출생했을 때 자가호흡을 하지 않았는데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A씨 측은 병원에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현장에 있었어도 같은 진단과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현장에 있지 아니한 것이 망아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A씨의 진료·처치 과정에서 의료과실이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재판부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정확하게 진단한 후 옥시토신 투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를 게을리 한 과실' , 그리고 '태아의 심박수 변화를 자세히 관찰해 산소 부족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자연진통 중인 자궁은 분만 전까지 옥시토신에 매우 민감한 상태이기 때문에 투여량이 적절하지 않을 경우 자궁을 과도하게 수축시켜 태아의 사망이나 자궁 파열로 이어질 수 있어 정맥주사 투여량 조절기 등을 사용해야 한다'고 전제한 후, 


이어 “‘산모가 아파한다’는 취지의 카톡 메시지만 받은 상태에서 간호사에게 옥시토신 투여를 지시했고, 구체적인 투여량을 알려주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재판부는 의료 과실이 아기의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즉, 법률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산전(産前)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았을 때 특이 소견이 없었고, 아기의 유전자 검사에서도 별다른 질환이 없었다”며 “하지만 대학병원에서 최종적으로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진단을 받은 점을 더해보면 의료과실과 아기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배상 책임은 40%로 제한하였습니다. 출산의 경우 모든 기술을 다 동원해도 예상외의 결과가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고도의 행위라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또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은 신생아의 신경 질환 중 가장 흔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은 점 또한 고려하였습니다.


의료사고의 경우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고의적인 가해행위가 아닌 선의에 의한 의료행위의 과정에서의 과실이라는 점, 의료사고의 불가항력적 발생가능성이나 의학적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여 대부분 30~60%선에서 책임제한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아이를 잃은 부모에게는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어려운, 참으로 가슴 아픈 사연입니다. 

그리고 최근 출산과 분만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이 날로 줄어들고 있어 산모들이 좋은 의료기관을 선택하기 어렵게 되고, 노하우나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생길 수 밖에 없는 만큼, 

출산을 더욱 안전하게, 안심하고 할 수 있도록 산부인과진료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분만 의료사고의 경우 당사자들, 그리고 관계자들 모두에게 너무나 힘겨운 일이 됩니다. 


부디 이런 일들이 다시는 없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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