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약사법 위반, 사기죄 적용...면허 대여는 아니다"
약사가 자신의 면허를 걸고 약국을 열었으나 중간에 일반인에게 약국 운영권을 넘기고 월급을 받으며 의약품 조제와 판매를 전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이 약국을 면대약국(면허대여약국)으로 봐야 할까요.
최근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판례가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A약사는 2008년 부산의 모 지역에 약국을 개설했으나 경영이 여의치 않자 2010년 일반인 B씨에게 약국 운영권을 넘기고 월급 500만원을 받으며 약사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B씨는 아내와 함께 약국 전반의 운영을 맡았으나, 의약품 조제와 판매 등 약사 업무는 전적으로 A씨가 전담했습니다.
그러다 A약사가 약국을 운영할 수 없게 되자, B는 또 다른 약사 C를 고용해 같은 방법으로 약국을 이어갔습니다.
이들은 면대약국 혐의로 적발돼 기소됐고, 1심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3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죄목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즉 사기죄와 약사법 위반이었습니다.
이들은 항소했고, 부산고등법원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2년 6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 8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했습니다.
그러나 이 중 한 명이 여전히 형량이 무겁다며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며 2심 형을 확정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고등법원의 면대약국에 대한 정의를 대법원이 그대로 확정한 부분입니다.
고등법원과 마찬가지로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무자격자의 약사법 위반과 공단을 속여 급여를 받은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약사의 '면허 대여' 부분은 성립되지 않는다며 이 부분의 형량을 감안해 1심의 형을 낮춰준 것입니다.
부산고법은 "일반인이 자금을 투자해 유자격 약사를 고용해 그 명의로 약국 개설신고를 한 행위는 약사법 제20조 제1항에 저촉, 개설신고 명의의 약사가 직접 약 제조, 판매행위를 했다 하여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며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습니다.
비슷한 경우를 의료기관 '사무장병원' 판례에서 엿볼 수 있다.
비의료인이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인수해 개설자 명의변경 절차 등을 거쳐 병원 운영을 지배, 관리하는 것은, 종전 개설자인 의사의 의료기관 개설, 운영 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개설, 운영행위로 본 것입니다.
이는 역시,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합니다.
사기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A약사가 무자격자 B에게 사실상 고용돼 약국에서 근무하며 실제 약품 조제 등 약사 업무를 직접 수행했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자격이 없었다고 법원은 보았습니다.
여기에서 공단을 기만해 급여를 받은 A씨의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다만, 법원은 '면허 대여'의 개념을 '다른 사람이 그 면허증을 이용해 면허 명의자인 약사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약사 업무를 하려는 것을 알면서도 면허증 자체를 빌려주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즉, 면허증을 대여받은 무자격자나 다른 약사가 해당 약국에서 '약사인 척' 하지 않은 것은 면허 대여로 보지 않은 것입니다.
법원은 "면허증 대여 후 대여자인 약사 자신이 면허증을 대여받은 자가 개설, 운영하는 약국 또는 의료기관에서 약사 업무를 할 의사로 그리하였고(면허를 빌려주었고), 실제 그 약국에서 의약품 조제 등 약사 업무를 계속해왔으며, 무자격자가 그러한 업무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면허증을 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약사가 약품 조제 등 약사 업무를 계속해왔고, 면대업주는 약국 운영에 필요한 자금 조달, 수입금 관리 등을 처리하면서 약품 조제 및 판매 등 약사로서의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 점입니다.
부산고등법원은 "약사 면허증 대여로 인한 약사법 위반에 대한 피고(약사, 면대업주)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결했고, 이에 대법원 역시 "약사법 위반 중 무죄 부분을 제외한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며 "무자격 약국 개설행위에 관한 법리 또는 사기죄와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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