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재난 및 안전관리법 개정 시사
역대 최악의 폭염이 덮친 1994년, 탈진이나 열사병을 포함해 더위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3384명에 달했습니다.
올해 폭염은 1994년을 능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23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29.2도를 기록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39.9도를 기록했습니다. 기상청은 폭염이 앞으로도 최소 10일 이상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역대 최악의 무더위에 정부의 입장도 바뀌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폭염은 재난이 아니다'라던 행정안전부는 22일 “내부적으로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포함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인데요. 사실상 이 개정안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겁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재난을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인정되는 자연재난은 태풍, 홍수, 호우, 대설, 가뭄, 지진 등입니다.
법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볼까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정의) 1. "재난"이란 국민의 생명ㆍ신체ㆍ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서 다음 각 목의 것을 말한다.
가. 자연재난: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낙뢰, 가뭄, 지진, 황사, 조류 대발생, 조수, 화산활동, 소행성ㆍ유성체 등 자연우주물체의 추락ㆍ충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
폭염이 재난으로 인정될 경우, 국가 차원의 폭염 대응 매뉴얼 등이 마련됩니다. 또 폭염 피해시 태풍이나 가뭄 피해 등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지난 21일까지 발생한 일사병 등 온열질환자는 총 1043명에 달합니다. 그 중 10명은 목숨까지 잃었죠.
법이 개정되면 이들 사망자 유족과 피해자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됩니다. 가축·어류 집단폐사 등 재산피해에 대한 복구비용 지급도 가능해집니다.
문제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먼저 온열질환자의 경우, 탈진이나 열사병 등의 증상이 폭염으로 인한 것인지 혹은 피해자가 기존에 앓던 지병 때문인지 규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정부 역시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폭염의 재난 인정을 반대해 왔는데요. 폭염의 직접적인 피해를 확인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도 쉽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재난이 국가의 안녕 및 사회질서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피해 수습을 위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할 수 있는데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경우 사망자, 부상자 구호 및 면세 지원 등을 받게 됩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최근 “대구 등 심각한 폭염지역은 특별재난지역 선포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구체적인 피해기준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데다 올해처럼 전국적으로 폭염피해가 발생할 경우 특별재난지역의 범위를 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습니다. 노인 인구의 증가 등으로 폭염피해가 갈수록 불어날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실제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2029년 국내 폭염 연속일수가 연간 10.7일로 늘고 폭염 사망자 수가 99.9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죠.
국가 차원의 폭염 대비책을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지, 관심 깊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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