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온라인 판매로 확대될까
수천명의 약사들이 폭염을 뚫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일반약 편의점 판매 중단, 공공심야약국 도입 등을 요구했는데요.
어떤 상황인지 살펴봤습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29일 서울 청계광장 일대에서 '국민건강수호 전국약사 궐기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약사들은 '편의점약 확대하면 약화사고 증가한다', '약사직능 말살기도 8만약사 분노한다', '대면원칙 무시하는 화상투약기 철회하라', '편리성만 추구하다 국민건강 절단난다'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조찬휘 약사회장은 "지난해 (12월) 편의점 판매약 확대를 통해 국민의 건강권을 훼손하려는 정부의 작태를 규탄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했음에도, 정부는 국민 건강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듯 보인다"며 "약사직능을 침해하고 훼손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우리 약사사회는 굳건하게 저항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약사회는 이번 궐기대회에서 기업형 면대약국(면허대여 약국) 문제, 성분명 처방 도입 등 다양한 현안의 해결을 요구했습니다.
가장 목소리를 높인 것은 편의점 판매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및 국회에 계류 중인 화상투약기 도입 저지에 있었습니다.
정부는 안전상비약 제도에 대한 개선을 목적으로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위원회에서는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 5차 위원회에선 제산제인 겔포스와 지사제 스멕타를 편의점 판매약으로 추가하는 안건이 상정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약사회 강봉윤 정책위원장이 이에 반발하며, 자해 소동을 벌여 현재까지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 확대 이외에도 의약품 자동판매기라고 할 수 있는 화상투약기 도입에도 약사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약사와 화상 연락이 가능한 의약품 자동판매기를 약국 앞에 두고, 소비자들이 심야나 공휴일에 화상을 통해 약사의 복약지도를 받아 의약품을 구입할 있게끔 한다는 것이 관련 법안의 골자입니다.
이 때 취급 의약품은 일반의약품입니다.
2016년 국무총리실 산하 신산업투자위원회에서 화상투약기 논의가 처음 이뤄졌고, 이후 국회에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중입니다.
약사회는 화상투약기가 대면판매의 원칙을 어기는 행위이며, 장시간 야외에 놓여있는 자판기의 특성상 의약품 변질 및 오염, 오남용 등 다양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와 화상투약기 도입이 당장 약사들의 수익과 직능을 위협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약사들이 연일 37˚에 가까운 폭염 속에도 거리로 뛰쳐나온 건 이 정책들이 향후 의약품 온라인 판매로 이어지거나 편의점 판매 품목이 계속 늘어날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특히 의약분업 이후 약국이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온라인, 편의점 등 일반약 판매처가 확대되면 경영난이 가중돼 생존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한 약대생은 "약대생이 된 이후부터 항상 약권은 위기라는 말을 듣고 있다. 실제로 약사가 됐을 때 환경이 얼마나 변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게 현재의 상황"이라며 "약대생들이 이같은 문제를 고민할 정도면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수천명의 약사들이 폭염을 뚫고 거리로 나섰지만, 약계 안팎에선 “대안 없는 투쟁은 무의미하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편의점 판매 일반약 품목 확대, 화상투약기 도입 등에 대해 반대 의사만 밝혔을 뿐,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약사회 궐기대회 소식에 '집단 이기주의', '일반약 구입이 불편하다', '약사가 필요한 직업이냐', '약국은 각종 잡화를 판매하면서 편의점에서 약을 왜 팔지 말란 것이냐' 등 비판하는 네티즌이 적지 않습니다.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한 약사는 "정책적 대안 마련이 중요하다. (약사회 주장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안되면 국민들의 반감만 커질 뿐"이라며 "집행부는 궐기대회가 투쟁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다음으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약사는 "약사들 내부에서도 편이 갈리는 상황이다. 이번 궐기대회에 쓰인 예산에 대해 불만을 가진 약사들까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궐기대회를 연말에 있을 대한약사회 선거와 연결해 보는 시각까지 있다. 내부적 단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이날 궐기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3300명(경찰 추산 2500명)의 약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약사들의 거리 투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바이오·의료·헬스케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료분쟁, 줄일 수 있는 방법 없을까 (0) | 2018.08.27 |
---|---|
골프 카트 성급히 내리다 부상...골프장 책임? (0) | 2018.08.14 |
몸무게 측정 안 하고 마취제 투여...사망시 병원 책임 (0) | 2018.07.30 |
폭염이 재난 인정되면 정부가 피해보상 (0) | 2018.07.24 |
약국 운영은 업주가, 조제는 약사가...면허대여약국일까 (0) | 2018.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