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줄일 수 있는 방법 없을까

미국, '사과법(Apology law)' 도입 후 분쟁 줄어


모든 의료진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부득이한 결과로, 혹은 현대 의술의 한계로 이를 다하지 못한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 결과 의료 분쟁이라는 또 다른 불행의 길로 접어드는 경우가 이어집니다.


의료 분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최근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법학 논문이 발표돼 소개할까 합니다.


이로리 계명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국민대 법학연구소가 발행한 법학논총에 게재한 '사과법(Apology Law)의 입법동향 및 관련 쟁점' 논문에서


영·미법계에서 도입하고 있는 '사과법(謝過法, apology law)'이 의료소송을 줄이고 합의에 의한 원만한 분쟁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사과법은 환자와 관련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유무를 떠나 의료진이 먼저 환자 측에 충분한 설명과 위로, 공감, 유감의 표현을 한 경우 이를 재판이나 의료분쟁 조정 과정에서 과실책임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하는 법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사과법이 발효된 미국 40개 주(州) 가운데 32개 주에서 사과법이 의료분야에서만 적용되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사과법은 예컨대 피해의 결과로 초래된 병원비용을 지불하거나 그러한 지불을 약속하는 것과 같은 호의적인 행위들이 법적책임을 증명하는데 증거로 채택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이 교수는 "환자 안전사고에서 의료진은 피해자 측에 하는 사과가 녹음이 돼 이후 관련 재판에서 '의료진이 과실을 인정했다'는 증거로 쓰일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며 "이때문에 의료진은 의료사고 발생 시 피해자 측과 만나 소통하기를 꺼리고, 피해자 측은 도의적 사과조차 없는 의료진에 서운함을 느껴 합의보다는 소송 등 강경 대응에 나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상해사건의 피해자와 그 친척들을 인터뷰한 한 연구에 따르면 소송을 제기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현실적으로 재정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사과에 대한 바람을 포함한 비금전적 욕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미국과 호주, 캐나다, 영국, 홍콩 등 영·미법계 국가에서 사과법을 장려하는 목적은 분쟁당사자 간 화해와 분쟁해결을 촉진해 궁극적으로 소송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과법은 의료진이 환자 측과의 소통에서 갖게 되는 부담을 제거해 의료현장에서 의료진과 환자 측의 적극적인 소통을 장려함으로써 의료분쟁해결의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과법은 1986년 미국 메사추세츠(Massachusetts) 주에서 최초로 도입됐습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이 2017년 12월 최초로 사과법을 제정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가 지난 4월 환자 안전사고 발생시 의료진과 환자ㆍ보호자가 보다 원활하게 소통을 할 수 있도록 '사과법'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과법이 도입되더라도 의료진의 사과만 재판 증거로 쓸 수 없을 뿐 다른 증거를 활용한 소송 제기는 가능합니다.


의료진의 진심 어린 사과가 유가족들의 원망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길 바랄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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