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책임 없다" 동의서, 문제 없나

수술방법·부작용…의료법상 수술전 설명해야


대학 수능 시험이 끝나고 성형외과 시장은 새로운 대목을 맞게 됩니다.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시대. 성형은 더 이상 여성만의 전유물도 아니고, 젊은 층만 하는 것도 아닌데요. 그만큼 전문화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법적 문제를 이 과정에서 마주칠까요.


"이제 수술실 들어가실 건데요. 여기에 서명하시고 바로 수술 진행하실께요."


상담실장이 내미는 '수술 전 안내사항 및 동의서'라고 적힌 종이 한 장. 긴장한 상태에서 동의서에 빼곡히 적힌 글씨를 제대로 읽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환자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이나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의료인(의사 등)은 의료법에 명시된 내용을 환자에게 설명한 뒤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의료법상 환자에게 설명해야 하는 사항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는데요.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수술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및 수술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성명 △수술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수술등 전후 환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 등 입니다. 


만약 이런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의료법 상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쌍꺼풀 수술의 경우엔 너무 흔한 수술이라, 의료법상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하는 수술'에 해당하는지 헷갈릴 수도 있는데요.


실제 쌍꺼풀 수술을 포함한 성형수술은 엄격한 설명 의무가 요구됩니다. 판례는 수술 전 의료진이 부작용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까지 설명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성형수술은 외모의 심미적 만족감을 얻거나 증대할 목적으로 이루어져 다른 의료행위에 비해 긴급함이나 불가피함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환자의 자기결정권이나 선택권이 보다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수술하기 직전에 동의서 작성도 법적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동의서 작성 시점은 따로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술 직전 상황에서 해당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술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다는 겁니다.

  

실제 환자에게 설명의무를 소홀히 했다가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동의서에 서명을 했더라도 말이죠. 또 의료인이 아닌 상담실장이 설명하고 받은 수술동의서는 무효입니다.

판례에서는 “성형수술을 의뢰받은 의사는 시술의 필요성과 난이도, 방법, 예상되는 부작용에 관해 환자의 성별과 연령, 직업, 시술 경험 여부 등을 참조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의료진의 상세한 설명을 통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본뒤 스스로 시술을 받을 것인지, 아닌지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의료진이 충분한 설명을 했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이해하지 못한 경우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수술동의서에는 '수술 후 발생한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이 명시된 경우가 많은데요. 


법조계에서는 이 말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해석합니다. 동의서가 의사의 설명을 입증하는 자료는 될 수 있지만, 환자가 이해했다는 사실까지 증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판례는 “환자로부터 수술동의서를 받았어도 수술 방법과 부작용 등 수술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충분히 이해시킬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면 의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며 “수술과 관련해 환자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수술 동의서 서명은 만에 하나 수술 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법적 책임을 따지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환자는 물론 의료인의 입장에서도 동의서를 가볍게 봐서는 절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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