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외국인 고용… 회사대표 바로 처벌은 안 돼

대법원 '회사 대표가 알았는지 엄격히 따져야'


회사 직원이 취업비자가 없는 외국인을 고용해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했더라도 곧바로 회사 대표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회사 대표가 그러한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를 엄격히 따져 봐야 한다는 취지인데요.


 대법원 판결인 만큼 유사한 사건에 많은 영향이 미칠 전망입니다.


어떤 상황인지 살펴볼까요.


건축업체를 운영하는 이모(55)씨는 2015년 9월 현장소장에게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현장소장은 인력회사를 통해 외국인 A씨를 소개받아 고용했는데, A씨는 취업비자가 없어 국내 업체에 취업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검찰은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을 고용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한 출입국관리법 제94조 9호 등에 따라 이씨와 이씨의 회사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1심은 이씨의 회사에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지만, 이씨에 대해서는 "대표이사로서 공사현장의 진행을 전반적으로 관리·감독하기는 했지만 일용직 인부의 수급에 관해서까지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은 "외국인을 고용하려는 사람에게는 그 외국인의 체류자격에 대한 확인의무가 있고, 이를 다하지 못했을 때에는 피고용인이 불법체류자임에도 그를 고용했다는 점에 대해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이씨에게도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출입국관리법 94조 9호의 '고용한 사람'에는 외국인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위하는 자를 모두 포함한다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주식회사의 종업원이 취업이 불가능한 외국인을 고용한 것과 관련해 대표이사가 그 같은 행위를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출입국관리법이 규정하고 있는 '고용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심은 A씨가 공사현장에서 근로를 제공하게 된 경위와 이씨가 이에 관여한 구체적인 내용을 심리해 이씨가 A씨를 '고용한 사람'에 해당한다는 점이 증명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했어야 한다"며 "이를 다하지 않고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단에는 출입국관리법 제94조 9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채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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