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휴가가 반려되자 무단결근한 근로자를 사측이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일 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회사가 노동자의 연차휴가 사용을 막을 권한은 없으므로, 근로자가 사측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휴가를 떠났더라도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판결의 의미를 세부적으로 짚어봤습니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노태악 부장판사)는 삼성전자 가전제품 수리업체인 ㈜포항디지털서비스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인사 및 부당전직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사실상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A씨는 2013년 입사해 내근직 가전제품 수리기사로 근무하다 2017년 4월 외근직 가전제품 수리기사로 인사발령을 받았습니다.
A씨는 2017년 5월 석가탄신일(3일 수요일)과 어린이날(5일 금요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휴일 사이에 있는 2일과 4일에 개인사정과 결혼기념일 등을 이유로 연차휴가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A씨의 상관인 팀장은 연휴기간 업무량 폭증이 예상된다는 등의 이유로 A씨의 신청을 반려했습니다.
A씨는 팀장 등 상급자에 보고도 없이 자신이 연차휴가를 신청했던 5월 2일과 4일 무단 결근했습니다. 팀장의 전화나 문자에도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사측은 무단결근을 이유로 A씨에게 24일간 정직 징계를 내렸습니다.
A씨는 이에 반발해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2일은 모친 병원 진료를 위해 연차휴가를 냈다. 4일은 다른 외근기사들도 연차휴가를 냈지만 나만 정당한 이유없이 휴가 신청이 거부됐다"면서 "앞서 내근직에서 외근직으로 인사발령을 낸 것도 생활상의 불이익이 큰 부당한 인사명령"이라며 구제 신청을 했습니다.
노동위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징계가 부당하다고 결정했고, 이에 반발한 사측이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단순히 A씨가 연차휴가를 사용해 근로 인력이 감소하고 남은 근로자들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는 일반적 가능성만으로 회사의 휴가 시기 변경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연차휴가 시기 변경권은 사업장의 업무 능률이나 성과가 평소보다 현저히 저하돼 상당한 영업상의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 염려되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고 밝혔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5항 단서는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회사가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징검다리 연휴가 업무 폭증이 예상되는 '극성수기'도 아니었고, 다른 수리기사들이 집단으로 연차휴가를 신청해 근로 인력이 현저히 줄어든 것도 아니었다"며 "징검다리 연휴는 연초부터 예상된 기간으로 만약 평소보다 물량이 현저히 많아지리라 예상된다면 회사는 대체인력 확보 등 다른 수단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A씨를 내근직 수리기사에서 외근직 수리기사로 인사발령한 것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부당한 인사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1심은 "사측 취업규칙은 휴가가 업무에 지장이 있거나 집단으로 실시해 업무방해가 예상될 때에는 휴가 실시 시기를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회사는 징검다리 연휴에 가전제품 수리요청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 연차휴가 실시를 일정 부분 제한하기로 한 것인데, A씨는 연차휴가 신청을 반려받았음에도 무단으로 결근했을뿐만 아니라 이 기간 회사 측의 연락도 일절 받지 않아 징계가 타당하다"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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