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마라톤대회 참가 후 3주뒤 사망...산재일까

법원 "과중한 업무에 운동능력 향상 없이 완주...

산재 인정"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은 달리기 좋은 계절입니다. 각종 마라톤 대회도 열리는데요. 지난 9월 전국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만 21개에 달하죠.

  

최근에는 마라톤 대회가 회사 홍보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사명이 적힌 옷이나 깃발을 들고 대회에 참석해 회사를 알리는 것이죠. 직원들이 갑작스럽게 동원되는 일도 종종 보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마라톤을 하게 되면 신체에 무리가 올 수도 있는데요. 만일 회사 지시로 마라톤에 참석했다가 사고가 났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까요?


최근 이와 관련한 판례가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영업과장으로 근무하던 최모씨는 지난 2011년 회사 지시로 10km 마라톤 대회에 동료 직원들과 함께 참가했습니다.


대회 보름 후 최씨는 거래처와 술자리를 가진 뒤 자정쯤 귀가했는데요. 다음날 회사에서 가슴통증을 느낀 최씨는 병원을 찾아 심전도 이상 진단을 받았고 이튿날 병가를 냈습니다.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최씨는 가족들과 산책하던 중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결국 사망했습니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지 3주 만이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 중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합니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요. 근로복지공단은 마라톤과 최씨 사망이 직접 관련이 없다며 유족급여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무상 사고

가.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

나.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

라.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

마.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

바.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그러나 법원은 최씨에 대해 산업재해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마라톤 완주일과 사망일 사이에 시간 간격이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마라톤이 사망 요인이 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최씨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충분한 운동능력 향상 없이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고 완주한 것이 심근경색의 유발요인이 됐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며 "오로지 망인의 흡연 습관이나 기존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렇다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회사 동호회에서 마라톤을 연습하던 중 사망해도 산재에 해당할까요?

  

농협 포항권역보증센터에 근무하던 정모씨는 회사 마라톤동호회 부회장이었습니다. 정씨는 2007년 시에서 주최하는 마라톤을 앞두고 동호회 정기연습에 참가했다 갑자기 쓰러져 결국 숨졌는데요.

  

근로복지공단은 정씨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상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법원도 정씨의 마라톤 연습은 업무관련성이 없다며 공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마라톤 연습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고 보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당시 회사 측은 마라톤 동호회를 주축으로 대회에 대비하도록 했고, 특히 부회장인 정씨에게 다른 직원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정기연습에 참여할 것을 지시했는데요. 

  

재판부는 회사가 전 직원에게 대회 참가를 권유하고 참가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한 점, 마라톤 동호회를 주축으로 대회 연습을 지시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정씨가 연습에 참가한 것은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정씨가 참가한 연습은 동호회의 자율적인 정기연습이라 볼 수 없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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