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초음파 사진 분실...의사 면허 정지처분사유가 되는지

법원 "보관 의무 없어...의사면허 정지 처분 취소"


아이의 모습을 가장 처음으로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은 초음파 사진 촬영 때입니다.


초음파 사진을 인화해 사진앨범에 보관하는 젊은 부부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 초음파 사진을 산부인과에서 분실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판례를 서울행정법원이 주요 판례 20선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살펴볼까요.


산부인과 레지던트인 A씨는 병원 분만실에 내원한 산모에게 분만 전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검사결과가 자동으로 저장되지 않는 이동식 초음파기기를 사용해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고 검사 결과를 기록했습니다.


A씨는 이후 이 사진을 보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로부터 15일 간의 의사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의 검사소견 기록, 방사선사진 등 진료기록을 일정 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보존토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A씨는 이에 불복했습니다.

단순히 초음파사진 보존을 위해 분만이 임박한 산모를 외래진료실로 데리고 가 검사를 하는 것은 부당하고, 이동식 초음파기기까지 모두 병원 중앙컴퓨터 시스템에 연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며 면허 자격 정지 판결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이라고 항소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초음파사진은 의료법 현행 시행규칙의 기록보존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초음파검사 사진을 '보존해야 할 진료기록'의 하나로 명시하지 않은 이상 의사가 이를 보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초음파 검사는 방사선 검사와 기능 및 원리, 작용방식 등이 서로 다르므로 사진의 보존 필요성이 매우 크다는 사정만으로는 초음파검사 사진을 방사선사진에 준용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제15조는 의료기관이 보존해야 하는 진료기록 및 보존기간을 ▲환자 명부 5년 ▲진료기록부 10년 ▲처방전 2년 ▲수술기록 10년 ▲검사소견기록 5년 ▲방사선사진 및 그 소견서 5년 ▲간호기록부 5년 ▲조산기록부 5년 ▲진단서 등의 부본(진단서ㆍ사망진단서 및 시체검안서 등을 따로 구분하여 보존할 것) 3년 등으로 각각 규정하고,  보존 의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자격정지와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 이후 초음파 사진 보관 의무를 둘러싼 갈등은 불거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생각하지 못했던 진료기록에 대한 보관 의무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가능한 기록을 꼼꼼하게 남겨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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