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술집' 안 되고 '버버리 단팥빵'이 되는 이유는?

부정경쟁방지법 "식별력, 명성의 손상"



'샤넬 호프'나 '버버리 노래방'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이들 업소가 세계적 패션 브랜드인 '샤넬'(CHANEL)이나 '버버리'(BURBERRY)와 손잡고 한국에서 영업하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브랜드 파워가 뛰어난 상호를 함부로 써도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NO' 입니다.


관련 판례에 따르면 유명 브랜드 상호를 함부로 무단 사용할 경우 벌금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버버리를 상대로 승소한 경우도 있어 같이 소개할까 합니다.



A씨는 경기도 성남시에서 술집 '샤넬 비즈니스 클럽'을 운영했습니다. 샤넬 측은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명품 브랜드인 샤넬의 이미지와 가치가 손상됐다"며 A씨에게 부정경쟁행위 금지 소송을 제기합니다. 여기서 '부정경쟁행위'란 무엇일까요? 아래 규정처럼 타인의 상호나 상표가 갖는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부정경쟁행위"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상품의 용기ㆍ포장, 그 밖에 타인의 상품 또는 영업임을 표시한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거나 이러한 것을 사용한 상품을 판매ㆍ반포 또는 수입ㆍ수출하여 타인의 표지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는 행위


이때 '식별력의 손상'이란 '샤넬' 같은 유명 브랜드의 상품 표지가 다른 사람에 의해 사용되는 경우를 포함합니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2다13782 판결). 또 '명성의 손상'은 '특정한 표지의 좋은 이미지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뜻합니다.



위 사례에서도 샤넬 측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샤넬' 상표를 A씨가 부정적인 이미지의 서비스업에 사용해 본사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샤넬 측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 결과 A씨는 술집 상호에 '샤넬'이나 'CHANEL' 같은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이와 함께 법원은 A씨에게 손해배상 금액으로 1000만원을 샤넬 측에 지급하라고 선고했습니다.



천안시 '버버리 노래방' 소송도 비슷합니다. 이 노래방 주인 B씨는 무려 7년 동안 '버버리'라는 상호로 노래방을 운영해왔습니다. 이에 버버리는 B씨를 상대로 "상표의 명성을 손해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합니다.



법원은 B씨가 한국에서도 고급 이미지로 알려진 '버버리'라는 상표를 중소도시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노래방업소에 사용해 상표의 명성을 손상했다고 인정합니다. 이로 인해 B씨는 부정경쟁행위 위반으로 더 이상 '버버리 노래방'이라는 상호를 쓸 수 없게 됩니다. B씨는 버버리 측에 손해배상 금액으로 250만원도 배상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를 무단 사용하는 것은 "업종이 다르니까 괜찮겠지"라거나 "동네 노래방인데 설마 고소하겠어?"하는 심리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일한 마음으로 유명 브랜드를 베껴 썼다가는 소송 스트레스는 물론 상당한 금액의 손해배상까지 해줘야 하니 조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버젓이 유명 브랜드를 똑같이 썼는데도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도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일까요?



경북 안동지역에는 80년간 사랑받아온 '버버리 찰떡'이 있습니다. 이 ‘버버리 찰떡’은 콩과 팥으로 만든 고물을 찹쌀과 함께 사용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버버리 찰떡은 안동찰떡의 대표 상품로 꼽히는데요. '버버리 단팥빵'이라는 상호도 함께 사용했습니다.



농업회사법인인 버버리찰떡이 지역 전통 먹거리의 명맥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버버리’라는 브랜드를 다양하게 쓴 건데요. 2013년 2월에는 급기야 같은 이름으로 상표등록까지 출원하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특허청은 장고끝에 이 상표의 출원을 거절합니다. 특허청은 “특정 상표 또는 유사 상표를 사용해 부당 이익을 얻으려는 부정한 목적을 갖고 있어 이 상표 등록을 거절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버버리찰떡 측은 발끈합니다. 버버리는 영국의 그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벙어리를 뜻하는 안동지역 사투리라는 주장입니다. 버버리찰떡 입장에선 수십년간 사용한 이 단어를 브랜드로 쓰지 못한다는 것은 치명적이었습니다.



결국 버버리찰떡은 특허청 결정에 불복했고, 특허청을 상대로 '상표등록 출원 거절 결정 불복' 심판을 제기해 승소합니다.



전문가들은 "버버리라는 사투리를 상표로 사용하는 것은 사람들이 영국 버버리 상표와 혼동할 염려가 없고, 영국 버버리 사에 손해를 가하려는 목적도 없다"며 이 판결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승소는 극소수로 유명 브랜드를 무단 사용해 상호로 쓰는 것은 엄중한 심판을 받을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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