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불량' 마라탕 리스트, 인터넷 올리면 유죄?

혀가 마비될 정도로 매운 맛의 마라탕, 대세음식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은데요. 유명 마라탕 음식점들의 위생 상태가 엉망이라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22일 마라탕, 마라샹궈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과 원료공급업체 63곳을 조사한 결과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곳이 무려 37곳(58.7%)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사 대상 중 절반 이상이 규정을 어긴 건데요.

식약처는 적발된 업체의 상호와 위치를 공개했고 일부 언론 기사에도 해당 음식점의 실제 상호가 실렸습니다. 누리꾼들은 기사를 블로그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유하며 해당 업체들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위생 빵점 음식점' '저런 음식점은 망하게 해야 한다'는 등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위생이 엉망인 음식점에 소비자로서 불만을 표시하는 건 당연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사실을 써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된다'는 걸 떠올리면 해당 음식점 이름을 퍼나른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인터넷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인터넷 명예훼손죄는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 또는 거짓의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경우 성립합니다. 이 5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만 죄가 성립하는 건데요.

여기서 '타인을 비방할 목적'이란 타인에게 해를 가할 의지 내지 목적을 의미합니다. 비방 목적 여부는 표현 내용과 방법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데요. 이때 글쓴이가 비방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해도 글의 표현의 정도에 따라 비방 목적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 '공공연하게'는 불특정 다수가 알 수 있는지 여부를 말합니다. 상대가 한 명이라도 다수에게 전파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이 인정되기도 합니다. 공개된 블로그나 SNS는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고 전파력도 높기 때문에 보통 공연성이 인정됩니다.

그리고 '사실을 적시'한 경우라도 타인의 인격에 대한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으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특히 명예의 주체는 사람뿐만 아니라 법인 또는 법인격 없는 단체도 될 수 있는데요. 따라서 사람이 아닌 음식점에 대한 비방도 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법)

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4. 5. 28.>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전문개정 2008. 6. 13.]

◇공익 목적 있다면 명예훼손 아냐

그렇다면 해당 업체들의 이름을 공개한 언론사의 행위는 명예훼손에 해당할까요?

최근 대법원 판례를 한번 볼까요.

지난 2016년 3월 한 지역언론사가 시정(市政)에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썼다가 명예훼손죄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됩니다. 1심은 해당 언론사가 "부시장에게 해를 가할 목적으로 거짓 기사를 썼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합니다.

재판부는 기사 내용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기사에 비방 목적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아울러 "(기사의) 주요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맞는 경우 세부적으로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거짓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도 항소심 판결을 유지하면서 사건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적발된 마라탕 업체는 식약처의 실제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했으므로 허위 사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아울러 식품 위생은 국민 보건과 직결돼 있으므로 공공의 이익이 폭넓게 인정됩니다. 따라서 이를 보도했다고 해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 블로그에 업체 공개하고 비판…비방 여부가 쟁점

언론사뿐만이 아닙니다. 개인이 기사를 공유하고 이를 비판하는 글을 써도 공공의 이익을 위했다면 비방 목적이 없다고 인정될 수 있습니다. 공공의 이익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의 목적은 부정되는 양자택일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11.6.10. 선고 2011도1147판결)

따라서 개인이 작성한 블로그 내용의 대부분이 사실이고 공공의 이익을 위했다면 약간의 비방이나 과장이 섞여있어도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작성자의 표현의 정도나 지나쳐 공익보다 비방의 목적이 더 크다고 인정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글을 썼더라도 정도가 지나치다면 비방의 목적이 인정돼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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