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부터 F까지 '대학 교수'를 평가… 명예훼손 안된다

온라인을 통해 대학교수에 대한 평가 등을 제공하더라도 명예훼손이나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사회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한 정보라는 취지 입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모 대학 교수 A씨가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국내 주요대학 이공계 대학원 교수와 연구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던 B사는 각 대학의 재학생과 졸업생 등으로부터 교수와 연구실에 대한 정보를 입력 받아 사이트 방문자에게 제공했습니다.

 

정보를 입력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해당 대학의 메일 계정을 통해 재학생과 졸업생임을 인증받는 절차를 거쳐야 했습니다.

 

B사가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수집·제공하는 정보는 교수에 대한 한줄평과 연구실에 대한 등급점수 등이었는데, 등급은 교수인품, 실질인건비, 논문지도력, 강의전달력, 연구실분위기 등 5가지 지표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또 각 지표별로 'A+'부터 'F'까지 평가돼 입력된 정보는 취합돼 오각형 그래프 형태로 제공됐다.

 

그러던 중 모 국립대 자연과학대 소속 A교수가 자신에 대한 평가가 이 사이트에 게시된 것을 알고 관련 정보 삭제를 요청하면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B사는 A교수의 이름과 이메일, 사진을 삭제하고 A교수에 대한 한줄평 전부를 차단조치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실에 대한 평가그래프의 삭제는 거부했습니다. 

 

 

이에 A교수는 △B사가 사이트를 운영해 불특정 다수인이 자신에 대한 평가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한 점 △자신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래프 삭제를 거부한 점 △한줄평을 삭제하며 '해당 교수의 요청으로 블락(차단)처리되었다'는 문구를 게시한 점을 들며 "내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래프 삭제를 거부한 것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제2항을 위반해 정신적 고통을 가한 것"이라며 "B사는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 1000만원과 민법 제764조 소정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으로서 웹페이지를 삭제하라"면서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B사는 A교수에 대한 한줄평과 평가그래프의 작성자가 아니라 게시 공간 관리자에 불과하다"면서 "B사가 학생들에게 제공받은 평가정보를 자신의 자료저장 설비에 보관하며 스스로 그 가운데 일부를 선별해 게시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B사의 역할은 단순히 제3자의 표현물에 대한 검색·접근 기능을 제공하는 것에 그쳤다고 볼 수밖에 없어 B사의 운영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A교수는 그래프 삭제 거부 행위가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명예훼손은 구체적 사실의 적시를 전제로 한다"면서 "B사가 그래프 삭제를 거부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A교수의 어떠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모욕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B사의 삭제 거부가 A교수에 대한 판단이나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차단조치 문구 게시가 A교수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시킨다거나 위법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며 "오히려 정보통신망법은 권리침해자의 요청에 따라 정보를 삭제할 경우 이를 공시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어 B사의 문구 게시 행위는 법상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래프 삭제 거부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에 대해서도 "그래프는 학생들이 직접 입력한 평가를 수치화한 것이며 연구비 부정 사용이나 대학원생에 대한 권한 사적 남용 등으로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학원 연구 환경에 관한 정보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며 "그래프의 위법성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그래프 삭제 요청 거부가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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