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의료법, 의사설명의무의 한계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은사에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겠노라.

 

나의 위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생각하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 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하노라.

 


기원전 400년대에 활동했던 의학의 아버지가 남긴 히포크라테스 선서입니다. 의료인의 치료 행위는 곧 환자의 생명과 직결됩니다. 위 선서는 이러한 의료 행위의 막중한 책임감을 항상 명심하길 바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도 의사가 될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것이 관례로 남아 있습니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행위를 하는 주체인 의료인은 여러 가지 의무를 지게 됩니다. 그 중 의사의 설명의무란 의료계약의 당사자인 의료인이 자신의 환자에게 앞으로 진행될 의료행위의 과정을 알림으로써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특히 의료과실이 주요 쟁점이 되는 의료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의무는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곤 합니다. 환자가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의료행위에 임했다가 의료사고가 생길 경우 의사의 귀책사유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의사가 의료행위에 대한 위험성과 정보를 충분히 환자에게 설명한 후 이뤄진 의료행위에 대해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은 상당부분 환자의 몫으로 남게 됩니다.

 

의사의 설명의무의 만족, 즉 어디까지가 충분한 설명이며 또 그렇지 않느냐의 경계는 실무상 모호성을 띄기 마련입니다. 오늘 다룰 판례는 의사설명의 의무의 한계와 과실 인정 기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20085월경 산모A는 분만을 위하여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당시 의료진은 유도분만을 위해 산모에게 옥시토신(자궁수축 호르몬)을 투여하게 됩니다. 불행히도 분만 중 산모는 양수색전증이 발생해 사망하게 됩니다. 이에 산모의 유족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합니다.

 

원고측은 산모의 양수색전증과 투여된 옥시톡신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원심은 이에 대해 일본, 미국 등 해외 연구기관에 따르면 옥시토신을 사용하여 유도분만을 시행할 경우 그 부작용으로 양수색전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양수색전증은 산모 및 태아에게 모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옥시토신을 투여하여 유도분만을 시행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망인에게 그 유도분만 시행에 앞서 옥시토신의 투여라는 구체적인 방법, 옥시토신 투여에 따른 후유증 내지 부작용 등에 관하여 충분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하여 망인으로 하여금 옥시토신 투여에 의한 방법으로 유도분만을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설명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해 그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해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 판결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1) 망인의 분만 당시의 표준적인 교과서인 대한산부인과학회가 편찬한 산과학 제4판을 근거로 들며 양수색전증은 전형적으로 예방할 수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는 산과 질환이라고 설명했다는 점. 또 같은 책에 옥시토신 사용과 양수색전증 사이에는 관련성이 없다고 기재돼 있는 점

 

2)옥시토신 제품설명서 및 의약품 허가사항에 그 부작용으로 양수색전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편찬한 산과학 교과서의 위 설명에 배치되고, 옥시토신을 사용한 유도분만과 양수색전증 사이의 인과관계가 실제로 밝혀졌음을 전제로 하여 그와 같은 기재가 이루어졌음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

 

3)원심이 들고 있는 세계 각국의 연구기관의 견해도 다음과 같은 점에서 옥시토신을 사용하여 유도분만을 시행하는 경우에 양수색전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로 삼기에 부족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어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옥시토신을 사용한 유도분만으로 인하여 양수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에 대하여 설명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의 경우 의사에겐 설명의무가 있지만 예견 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담시킬 순 없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입니다


원고가 근거로 든 세계 각국의 연구기관의 견해 또한 조사 결과 그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밝힌 자료로 보기는 어렵다고 대법원은 말했습니다. 또 자료들이 이 사건 이후에 발행됐다는 점을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본다면 옥신토신 투여 시 양수색전증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의사가 예견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병원 의료진에게 옥시토신을 사용한 유도분만으로 인하여 산모에게 양수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에 대하여 설명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일견 그 책임소재가 명확히 판단될 수 있을 듯 보이지만, 그 위험성과 예견되는 결과의 추측 가능성에 대해 당시의 의료기술, 연구결과 등에 대한 검토를 통해 의료행위와 결과간의 개연성이 입증되어야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는 것입니다. 위의 판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의료과실의 입증 문제는 전문적인 지식과 법률 지식을 동원한 치열한 공방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욱이 최근 의료법 개정으로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의무가 법에 명시됐습니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는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유예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 경우('수술 등')에는 원칙적으로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거나 발생한 증상의 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과 그 방법 및 내용, 설명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치과의사, 한의사의 이름, 전형적으로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수술등을 전후에서 환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 조항은 올해 6월 21부터 시행됩니다. 


변화에 맞춰 의료인은 설명의무 수행에 소홀함이 없는지 꼼꼼하게 기존의 의료 프로세스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환자측은 의료인으로부터 상기된 내용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 들었는지 체크하셔야 하겠습니다. 



Designed by Kumsol commun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