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 진찰 없이 교도관에게 처방전, 의료법 위반?

1심 무죄 뒤집고 2심 벌금형 유죄


재소자를 직접 진찰 하지 않은 채 약과 보관용 처방전을 써 교도관에게 건네 준 의사에게 1심 무죄가 뒤집히고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1-2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세부적으로 살펴 보겠습니다.


정신과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신모씨는 2012년 6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수용자 25명에 대해 직접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 등을 발급해준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됐습니다.




신씨는 교도관이 수용자를 대신해 병원에 오면 이전 처방전이나 진료기록만 보고 42회에 걸쳐 약을 조제·교부하면서 의약품이 교도소 내로 반입될 수 있도록 교도관들에게 '환자보관용' 처방전을 작성해 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의료법 제17조 1항의사가 직접 진찰하지 않고 진단서나 증명서,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나 검사 등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은 신씨가 내준 것이 "처방전인가, 증명서인가""환자에게 교부해야 17조 1항 위반이 성립하는가" 였습니다.



1심은 처방전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1심 재판부는 "신씨가 처방전에 서명날인을 하지 않아 이를 이용해 약국에서 약을 받을 수 없으므로 신씨가 발급한 것은 처방전으로 볼 수 없다"면서 "다만 처방전이 아닌 증명서에 해당할 여지는 있지만 신씨가 이를 환자에게 직접 교부하지 않았으므로 유죄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처방전이 아닌 증명서라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교도관에게 주는 것은 환자에게 주기 위한 것이라며 유죄라고 봤습니다.


2심 재판부는 "신씨가 발급한 문서는 증명서에 해당하고, 이 증명서는 교도관을 통해 환자들에게 교부됨을 전제로 준 것"이라며 1심을 깨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신씨에게 벌금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다만 이유는 조금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의사 등이 직접 진찰 의무를 위반해 증명서를 작성해 누구에게든 이를 교부하면 의료법 제17조 1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증명서의 사회적 기능이 훼손되므로, 증명서가 반드시 진찰 대상자인 환자에게 교부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따라서 원심이 신씨가 환자에게 증명서를 교부할 것이 요구된다는 점을 전제로 판단한 것은 부적절하지만, 신씨가 교도관에게 이 사건 문서를 작성·교부함으로써 의료법 제17조 1항을 위반했다고 본 결론은 정당하다"며 신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형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직접진찰의무 위반시 자격정지 2개월에 행정 처분도 부과합니다. 의료법이 직접진찰의무를 정하고 있는 것은 처방전, 진단서, 증명서의 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함인데요.


이번 대법원 판결로 환자 진료 없이 처방전 진단서 외에, "증명서"로 볼 수 있는 서류 발급 시에도 주의가 필요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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