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검진 결과 잘못 가르쳐 준 의사...손해배상 책임?

"병을 치료할 시기 놓쳤다" 법원, 손해배상 판결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한 드라마에서는 몸이 좋지 않은 주인공이 병원을 찾았으나 암이 아니라고 처음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가족들과 잘 살고자 마음을 다잡은 주인공은 증세가 악화 돼 다른 병원을 찾은 뒤 '위암 말기' 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드라마에서나 있는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는데요.


병원이 건강 검진 결과를 잘못 알려줘 치료 시기를 놓쳤다면 어떻게 될까요. 책임이 있을까요.


사례를 찾아보겠습니다.



2002년 11월 A씨는 건강검진 전문 기관에서 정기검진을 받았습니다. 신장질환이 의심되므로 추가 검진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받아든 A씨는 의사 B씨를 찾아가 다시 검진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2차 검진을 진행한 의사 B씨는 A씨에게 '정상' 판정을 내립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B씨의 오진이었습니다. 당시 A씨의 신장기능 관련 수치가 정상을 훨씬 넘는 수준이었음에도 B씨는 이를 정상상태로 잘못 통보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04년 진행된 정기 건강검진에서 A씨는 신장이식 또는 평생 투석치료가 필요한 '말기 신부전증' 진단을 받습니다. 


이에 A씨는 2년 전 건강검진 결과를 잘못 알려준 의사 B씨와 그가 소속된 건강검진 전문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금 3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합니다. 


사건을 맡은 대전지법 민사 재판부는 "의사 B씨에게 A씨의 건강이 악화된 것에 대한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사 B씨의 과실로 A씨가 적절한 시기에 병을 치료할 기회를 놓쳤고 나아가 A씨의 신장 기능이 단기간에 극도로 악화된 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만약 의사 B씨가 2002년 2차 검진 당시 A씨에게 신장 기능 이상을 정확히 알렸다면 A씨는 경각심을 갖고 추가로 정밀검사를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았을 것"이라며 "비록 A씨의 신장 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신장 기능의 악화 속도를 지연시켰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가 비록 2차 검진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다고 해도 다른 곳에서 추가 검사를 받거나 혹은 평소에 자각할 수 있는 신장 기능 이상 징후를 면밀히 관찰했어야 했다"며 의사 B씨의 책임을 20%로 제한했습니다.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의사 B씨와 의사가 속한 건강검진 기관에게 "A씨를 상대로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를 합한 69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의 이런 판결은 의료진 입장에서는 검진 결과를 확인할 때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보여주는 판결입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검진 결과를 판단한 근거를 꼼꼼하게 관련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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