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의료법 위반, 의사 면허까지 정지?

대법원 "중한 행정제재...지나치게 형평에 어긋나"


직원이 의료법을 위반하면 그 병원의 병원장도 벌금형을 받게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른바 의료법 70조 양벌규정입니다. 


사업주가 직원을 핑계로 법망을 피해가지 못하게 하고, 직원에 대한 지휘 감독 책임을 묻기 위한 것 입니다.


그런데 의료법 70조에 의한 양벌규정이 자격정지의 사유가 될 수 있는지 논란이 일었는데요.


어떠한 상황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현행 의료법상 자격정지 사유는 "의료법을 위반한 때"로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무면허 의료행위와 허위 진단서 작성, 진료비 부당청구가 특별히 추가 돼 있습니다.

결국 사사로운 의료법 위반도 자격정지의 사유가 될 수 있고, 3회 이상의 자격정지를 받거나 자격정지 중 의료행위를 할 때는 면허취소 사유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한 처벌입니다.


실제로 병원직원이 치료과정 중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태아의 성감별을 한 경우, 기록열람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묵살한 경우 등에는 그 병원의 병원장도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이 경우 사용자의 입장에서 "직원을 감독할 의무를 완벽히 수행했다"고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죠.


문제는 사용자가 법인인 경우와 개인 의사인 경우 면허 자격정지라는 중한 행정제재를 놓고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법인의 경우 의료법 70조에 의해 처벌받는 것 외에 행정제재는 없습니다.


그러나 개인 의사의 경우 면허 자격정지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에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선을 그었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의료인 자체로서의 의무 위반 행위'와 '의료기관 운영자로서의 의무 위반 행위'"를 구분 지었습니다.


후자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에 대한 의료업 정지 등의 처분이 가능하며 "형사처벌만으로도 충분히 법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나머지 자격정지사유와 균형을 맞추어 해석함이 필요한 점, 이 사건과 같은 대리인 등의 환자 소개·알선 행위의 경우 그 대리인 등이 속한 법인은 법 제70조의 양벌규정에 의하여 처벌받는 외에 행정제재는 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비하여 사용주가 개인 의사인 경우에는 면허 자격정지라는 중한 행정제재를 받게 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게 형평에 어긋난다"고 판시 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례 이후 병원장은 직원의 잘못으로 벌금을 냈더라도 이는 형사처벌에 그칠 뿐 행정처분인 자격정지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러나 병원장 입장에서는 직원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은 여전한 만큼, 사용자 입장에서 관련 기록을 꼼꼼히 남기는 등 주의를 다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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