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게임 중독도 질병...한국 법원 판단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총회를 열고 게임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 표준분류기준(ICD-11)을 최종적으로 의결했습니다.

 

이르면 2025년 이후 국내 도입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진단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WHO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게임이용 장애에 대한 정의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우선은 게임에 대한 통제력 부족입니다.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를 못 참으며 끝내지 못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둘째, 다른 일상활동보다 게임하는 것을 우선시 하는 행위입니다. 셋째, 게임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게임을 중단 못해 가족· 사회적·교육적·직업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상태입니다. 

WHO는 이 모든 증상이 명백히 12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일상생활 관련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 될 때를 게임이용장애로 정의했습니다. 증세가 심각하면 더 짧은 기간도 가능합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교수는 “도박장애 등에서 중독 현상을 판단하는 기준을 게임에도 적용한 것”이라며 “이 3가지 진단지침에 근거해 향후 세부적 진단기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부 기준이 나오기 전이지만 법원에서 게임 중독으로 인정한 사례를 통해 향후 구체적 진단기준이 어떻게 나올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드물긴 하지만 법원에서 전문가에게 감정을 의뢰해 게임 중독으로 판단해 치료를 명하고 양형 사유로 판단한 경우가 있어서인데요.

지난해 7월 사기 혐의로 울산지법에서 징역 10개월이 선고된 A씨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A씨는 3개월간 12차례 PC방을 이용하면서 이용대금 총 45만2000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한번 PC방에 가면 짧게는 10시간 길게는 49시간까지 연속으로 게임을 했습니다. A씨는 이전에도 동종 범죄를 두차례 저질러 징역형을 살았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게임중독에 대한 정신적 치료가 요구된다”고 밝혔습니다.

 
사기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창원지법은 지난해 4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게임 속 화폐를 판매한다며 118만원을 받았으나 게임 화폐를 주지 않은 혐의입니다. B씨는 2017년 같은 범죄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게임중독치료 40시간 수강 명령을 받았지만, 또 같은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컴퓨터 사용 사기 혐의로 기소된 C씨는 지난해 대구지법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국내 유명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홈페이지에 ‘게임 캐릭터를 무료로 육성해주겠다’는 글을 올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은 뒤 피해자 캐릭터를 일부러 망가뜨리고 희귀 아이템을 자기 계정으로 옮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법원 관계자는 “확정 기준은 없지만, 도박 등 다른 중독 증상과 비슷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임업계는 WHO 결정에 반대하며 조직적 반발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한국게임학회,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89개 유관 단체는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를 만들고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WHO의 결정으로 게임 산업이 죽었다며 근조 현수막을 걸고, 게임 영정사진을 설치한 뒤 애도사를 낭독했습니다. 참석자 대부분은 검은색 양복을 차려 입었습니다. 


공대위는 “정부가 사회적 합의 없이 관련 내용을 한국표준질병분류(KCD)에 적용할 경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게임 질병코드에 맞설 파워블로거(게임스파르타) 300인을 조직하고 온ㆍ오프라인 범국민 게임 촛불 운동을 벌이는 등 향후 추진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정의한 WHO와 한국 법원의 판단을 두고 한동안 갈등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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