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아이 뛰다가 화상, 식당 주인이 손해배상?

'노키즈존' 출현 배경에 법원 손해배상 판결...

인권위 "노키즈존 안 된다" 권고도 있어


우리나라에서 '노키즈존'(No Kids Zone)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건 2014년부터입니다. 


맘카페 등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는데요. 


아이들 탓에 발생한 사고들이 자주 누리꾼들 사이에서 회자되거나 기사화되면서 공공장소에 아이를 데려가는 문제는 사회적 갈등의 소재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아이들로 인해 생긴 사고를 누가 책임질 것이냐 인데요.

식당 안에서 아이들과 관련한 사고가 발생해 법적인 분쟁으로 비화됐을 경우 법원은 대체로 식당에도 일부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게에 들어온 만큼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에 아이들과 관련한 문제를 경험했거나 사고 위험을 우려한 일부 업주들이 하나둘씩 노키즈존을 선언하기 시작했습니다.


대구지법은 2008년 충북 제천의 한 숯불갈비 식당 안에서 뛰어다니던 만 24개월 된 아이가 화로를 옮기던 식당 종업원과 부딪쳐 화상을 입은 사건에서 식당 주인과 아이의 부모가 절반씩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당시 아이의 부모는 식당 주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부는 "화로의 위험을 식별할 능력이 없는 어린 아이가 돌아다니는 경우 종업원이 아이의 움직임을 살펴 부딪치지 않도록 주의할 의무가 있었는데도 사고가 났다"며 "이는 종업원이 주의의무를 게을리 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결에 따라 식당 주인은 부모에게 총 1100여만원을 지급하게 됐습니다. 



비슷한 판결은 또 있습니다. 


식당 내부 통로에 세워둔 유모차에 종업원이 된장찌개를 쏟아 4세 아이가 화상을 입은 사건에서 의정부지법은 식당 주인의 책임을 70%로 판단했습니다. 


당시 식당 측은 식당 내 유모차 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내문을 게시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종업원은 뜨거운 음식을 운반할 때 쏟아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히 손님 식탁에 놓아야 하고 유아가 있다면 더 주의해야 하지만 이를 게을리했다"며 치료비 880여만원의 70%인 620여만원과 위자료 550만원을 더해 총 117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등장한 노키즈존에 대해 전문가들의 입장이 엇갈린다는 겁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제주도에서 노키즈존 식당을 운영한 사건과 관련해 노키즈존 영업을 하지 말 것을 권고했습니다.


노키즈존 영업은 국가인권위법 제2조 제3호를 위반한다는 것 이었습니다. 이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이나 종교, 나이, 외모 등을 이유로 차별대우를 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식당 주인은 "5년 전 식당을 개업했을 때 아동 전용 의자와 그릇을 모두 구비하고 아동들의 입장을 환영했다"며 "그런데 식당을 운영하며 손님의 자녀가 식당 주위 돌담에서 놀다 다쳐 부모가 치료비를 요구하거나, 테이블 위에서 기저귀를 가는 손님에게 옆 좌석 손님이 항의한다고 전하자 오히려 심하게 화를 내면서 기저귀를 내던지고 가는 경우가 있었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헌법 제15조가 영업 등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식당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는데요.


인권위는 "헌법 제11조는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며 "영업의 자유가 무제한 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인권위가 헌법을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긴 했으니 직접적인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며 "관공서가 노키즈존을 만들었다면 헌법의 문제가 되겠지만 이 사건처럼 한 개인이 다른 개인의 식당에 들어가는 권리를 두고 다투는 것은 경우가 다르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갈수록 커져가는 노키즈존 논란.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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