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새고 벽 금 갔는데...잔금 줘야 할까

표준계약서 사용하고 허가업체 확인

..현장 확인 필수


 "인테리어 공사가 금방 끝난다고 했죠. 한데 공사 시작한 지 석 달째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어요. 항의하면 공사가 지연되고 그렇게 되면 우리만 손해니까 항의도 못 해요."


8월 서울시 성북동으로 이사한 전 모(43) 씨가 한 달로 예상한 인테리어 공사는 석 달이 지난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유명 온라인 인테리어 중개 카페를 통해 소개받은 업체에 보낸 돈만 5천만원이 넘습니다. 그 사이 화장실 철거 중 수도배관이 터져 아래층까지 물이 새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전 씨는 "항의해도 돌아오는 말은 '잔금이나 마저 달라', '집이 낡아서 그렇다'는 말뿐"이라며 "중계 업체 측에서도 '우리 책임은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업체는 최근 공사 지연을 이유로 추가 비용을 요구했습니다. 


수천만 원의 거금이 들어가는 공사입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해도 계약과 어긋난 결과가 나와도 취소하기가 힘듭니다. 불만이 생겨도 참을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가 해당 분야에 대해 알기 힘들뿐더러 시간을 끌수록 더 손해기 때문인데요. 구제받는 경우도 드뭅니다. 바로 인테리어 및 주택 수리 시장 이야기입니다.


최근 인테리어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관련 피해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피해 상담 건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5천건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무허가 업체의 난립과 관리 시스템의 부재는 피해를 키우는 주요 원인인데요


소비자를 보호할 뚜렷한 법망과 함께 표준계약서 사용 등 소비자 스스로 경각심을 갖춰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니 멀쩡하던 아래층에서 물이 새더라고요. 무상 수리를 해달라고 업체 측에 요구했는데 '책임이 없다'고 거부했어요."


경기도에 사는 정 모 씨는 2015년 10월 중순께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아파트 욕실과 보일러 배관, 싱크대 등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공사 비용은 1천만원. 업체는 한 달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공사는 해가 바뀌고 나서도 4개월째 진행됐습니다. 누수 발생 등 각종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정 씨의 속이 탔습니다. 이사 시기는 지연됐고, 피해 보상도 고스란히 그에게 전가됐습니다. 

정 씨처럼 인테리어 및 주택 수리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인테리어 설비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 상담 건수는 2010년 3339건에서 지난해 5082건으로 52% 늘었습니다. 


이 같은 피해는 이사철인 가을에 많습니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관련 피해 구제 접수 현황을 월별로 분석한 결과, 10월이 가장 많았고, 11월과 7월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공사 비용도 많게는 수천만 원에 달합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인테리어 소비자 피해 현황을 공사 비용별로 집계했더니, 절반 이상이 500만원 이상 규모로 나타났습니다. 5천만원이 넘는 경우도 3%에 달했습니다.


도배나 화장실 등 한두 개에 그치던 과거와는 달리 종합 시공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인테리어 공사 규모도 커졌기 때문인데요.


인테리어 공사로 인한 피해 사례는 다양합니다. 엄 모 씨는 2014년 3월께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2천800만원 규모의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공사 이후 거실 벽이 갈라졌고 화장실에 곰팡이가 피는 등 각종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엄 씨는 "하자를 일일이 설명하며 보수를 요구했으나 업체는 처리는커녕 '잔금이나 빨리 보내라'고 독촉했다"라고 합니다. 


강원도에 사는 이 모 씨는 2015년 2월에 2천500만원 규모의 인테리어 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1천500만원을 선지급했습니다. 공사는 시작했지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업체 사정으로 공사가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다른 업체를 부를 수도 없었습니다. 잔금 정산을 요청했지만 인테리어 업체가 이를 거부해서입니다. 이 씨는 "인테리어 업체는 대금에 대한 구체적인 명세서도 없이 일방적으로 1천400만원을 추가 입금하라고 요구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인테리어 피해 유형 중 가장 많이 발생한 것은 '부실 공사로 인한 하자 발생'이다. 전체 피해 사례 가운데 57.3%가 이에 해당합니다. 값싼 자재를 쓰거나 규격이 맞지 않는 인테리어 설치 등 '계약과 다른 시공'은 10.7%로 뒤를 이었습니다.


심지어 공사가 진행 중인데 사업자가 연락이 두절된 경우(5.2%)나 완공 전에 대금 완납을 요구(1.5%)한 사례도 있습니다. 


피해를 보더라도 구제받는 경우는 드뭅니다. 2014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인테리어 관련 피해 구제 신청 사례 중 합의가 성립된 것은 30.7%에 불과합니다. 


소비자원에 조정을 신청해도 인테리어 업자가 액수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구제받기가 힘듭니다. 이 경우에 법적 소송으로 가야 하는데 승소하더라도 배상 확정까지 긴 시간이 걸려 소비자들이 지치기 마련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인테리어 부실시공 등에 관한 객관적 기준이 없어 소비자 분쟁조정 때 합의가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테리어 피해가 늘고 있는 원인으로 급성장하는 시장과 함께 무허가 업체의 난립을 꼽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인테리어 및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1980년 2조원에서 2016년 28조원으로 급증했습니다. 2020년에 들어서면 41조원이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노후 주택 증가로 인테리어 시장은 앞으로도 급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1980년대 대규모로 공급된 아파트 등이 30년 이상 지나면서 노후화돼 인테리어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의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전체 아파트 세 채 중 한 채 이상은 건축한 지 20년이 넘은 것입니다. 단독주택은 45%가 넘습니다.


관련 업체 수도 늘고 있습니다. 2008년 9천345개를 시작으로 매년 증가해 2016년에는 1만1천개를 돌파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들 중 10∼20%가 무허가 업체라고 지적합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1천500만원 이하 건설 공사의 경우, 사업자가 건설업에 등록을 따로 하지 않아도 공사 계약이 가능합니다.


무등록 업체는 분쟁이 발생하면 다툼을 피하려고 고의로 가게 문을 닫아버립니다. 이후 아무런 제재 없이 간판만 바꿔 달아 영업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계약 단계에서 공식 계약서를 쓰지 않는 관행도 피해를 키웁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월 실내 건축 공사 표준계약서를 만들었지만, 이를 쓰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표준계약서 이용률은 10%에 불과합니다.



결국 소비자 보호망 강화와 함께 당사자 스스로 계약 단계부터 따져보는 꼼꼼함이 필요합니다.


인테리어 공사 규모가 1천500만원 미만인 경우에 건설업 등록이 필요 없도록 해놨는데, 이 하한선을 최소 액수로 끌어 내려야 합니다. 대부분 인테리어 업체가 반드시 사업자 등록을 해야만 시공을 벌일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홈인테리어 관련 제도를 보면 소비자는 반드시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업체와 계약을 해야 하며, 주 정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업체가 보유한 면허의 종류를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소비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표준계약서 사용은 물론이고, 세부적인 요구 사항을 구두가 아닌 문서로 작성해 놔야 하는데요. 공사 과정 내내 소비자가 관여하고 점검해야 합니다. 인테리어 시공에 들어가면 '알아서 잘해주겠지'라는 생각에 전적으로 맡겨 버리면 위험하다는 뜻이다.


공사를 할 때 가급적 현장을 지키고 하자 개선 사항을 확인한 후에 잔액을 지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인테리어와 관련해 문제가 생겼다면 전문가와 상담 후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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