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도 저작권이 인정될까?

창작성 인정되는 2차 저작물 주장, 법원 판단은?


대한성서공회는 지난 2014년 한국성경공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한국성경공회가 출판한 ‘하나님의 말씀 바른성경’이 대한성서공회의 성경 개역개정판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건데요.



대한성서공회 측은 자신들이 출판한 개역개정판이 성경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문장과 문체를 변경하는 등 번역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한국성경공회는 개역개정판이 기존 성경인 개역한글판의 맞춤법이나 어휘 등 사소한 부분을 수정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는데요.




저작권법에 따르면 원저작물을 번역하거나 각색·변형·영상제작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은 독자적인 저작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이런 창작물을 법에서는 ‘2차적저작물’이라고 하는데요.



다시 말해 2차적저작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창작성이 인정돼야 합니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남의 저작물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2차 저작자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실제 존재하는 건축물의 축소 모형을 두고 발생한 저작권 소송에서 모형 건축물이 실제 건축물을 단순히 축소한 것에 불과하거나 사소한 변형만을 가한 경우에는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는데요.



반면 모형 건축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제 건축물의 형상이나 모양, 색채 등에 변형을 가해 실제 건축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을 나타냈다면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2016다227625)


저작권법


제5조(2차적저작물) ① 원저작물을 번역ㆍ편곡ㆍ변형ㆍ각색ㆍ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이하 "2차적저작물"이라 한다)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




대한성서공회의 개역개정판이 2차적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창작성이 인정돼야 했는데요. 이를 두고 5년간의 법정 공방을 이어진 끝에 1심 법원은 대한성서공회의 손을 들어 줬습니다.


재판부는 "성경 원문의 단어 하나를 어떻게 번역할 것인지를 두고도 논문이 출간되는 등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며 "성경 번역에는 특정 단어, 표현, 구문에 대한 번역자의 특수한 판단이 가미되기 때문에 기존 번역의 제한적 개정이 아닌 새로운 번역을 목표로 할 경우 같은 본문이라도 문장 구조, 어순, 어휘 선택 등에서 다양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재판부 감정 결과 개역개정판은 개역한글판 내용을 기준으로 약 7만여 곳에 대한 번역 오류를 바로잡고 고어를 개정하는 등의 수정을 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개역개정판이 새로운 저작물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기존의 개역한글판을 수정해 새로운 창작성을 부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2차적저작물로서 개역개정판의 저작권을 인정한 건데요.



이와 달리 한국성경공회의 바른성경은 새로운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한국성경공회의 바른성경이 개역개정판을 이용하지 않고는 존재하기 어려운 현저한 유사성을 띄고 있다면서 한국성경공회가 대한성서공회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봤습니다.



한국성경공회의 바른성경은 지난 2008년 초판 출간 이후 약 4만8200부가 발행됐는데요.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더 이상 바른성경은 제작하거나 판매될 수 없으며 공장이나 창고, 서점 등에 보관된 성경도 전량 폐기해야 합니다.


저작권법


제139조(몰수) 저작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권리를 침해하여 만들어진 복제물과 그 복제물의 제작에 주로 사용된 도구나 재료 중 그 침해자ㆍ인쇄자ㆍ배포자 또는 공연자의 소유에 속하는 것은 몰수한다.


과연 앞으로 법원의 판단은 어떻게 될까요. 흥미로운 판례가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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