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옆모습 상표 분쟁...대법원 판단은?

 

여성 트레이닝복 PINK 로고로 유명한 미국 패션업체 빅토리아 시크릿과 국내 기업 던필드 그룹간 상표 분쟁이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던필드 상표에 포함되어 있는 ‘개 옆모습 도형’과 관련된 분쟁이 최근 종결됐습니다.

던필드 그룹은 악어 모양 로고로 유명한 크로커다일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국내 패션그룹입니다. 던필드는 크로커다일 상표권의 국내 사용권자인데요. 과거 싱가포르의 크로커다일사와 프랑스의 라코스테사가 국내에서 상표분쟁을 벌인 적이 있어 이번 분쟁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 국내 기업, 빅토리아 시크릿에 무효심판 청구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개 옆모습 도형이 포함된 ‘DAWN FIELD’ 라는 도형상표를 보유하고 있던 던필드는 빅토리아 시크릿이 보유한 ‘PINK’ 도형상표의 독점권 등록을 무효로 해달라는 내용의 무효심판을 청구합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두 상표가 비슷해서 오인∙혼동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시나요?

특허심판원에선 국내 기업인 던필드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선출원에 의한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로서 그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PINK 상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도형 부분을 보면, 월계관 모양은 식별력이 미약하고 '개 도형' 부분이 상표의 핵심요소라고 판단해 던필드와 오인∙혼동할 염려가 있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PINK 상표의 지정 상품군 중 의류 소매업 등의 등록은 무효로 해야 한다는 판결했습니다.

▲ 빅토리아 시크릿의 PINK 상표와 DAWN FIELD 상표의 등록현황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 결정에 불복해 특허법원에 재판을 청구했지만 판결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동일한 무효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특허법원 판결에서도 이 두 개 상표의 핵심요소를 개 도형 부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상표권 분쟁에 있어 핵심요소(요부)란 독자적인 식별력을 지녀 다른 상표와 유사 여부를 판단할 때 대비의 대상이 되는 부분을 말합니다. 즉 일반 수요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부분을 말하는데요. 특허심판원과 특허 법원은 이 ‘요부’를 개 도형 부분이라고 판단해 모두 무효 판단을 내렸습니다.

 

◇뒤집힌 대법원 판결

하지만 최종 대법원의 판결은 달랐습니다. 물론 개 옆모습 도형 부분만 살펴본다면 두 개의 상표는 유사해 보이지만 이를 독자적인 식별력을 발휘하는 요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에 따르면 상표 중 일부 구성 부분이 요부로서 식별력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구성 부분을 포함하는 상표가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대해 다수 등록되어 있거나 출원 공고되어 있는 사정 및 이를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보이는 사정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미 개 옆모습 도형과 유사한 형상의 도형을 포함하는 상표가 다수 등록되어 있는 점, 따라서 이를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개의 옆모습 도형 부분을 '요부'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몇 년을 걸친 길고 긴 재판 끝에 빅토리아 시크릿은 결국 'PINK' 상표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표의 유사 판단, 정말 한 끗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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