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까지 간 최저임금

정부가 2년 연속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한 것이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 자유를 침해하는지를 두고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기업을 경영하시는 입장에서도, 노동을 제공하시는 입장에서도 귀 담아 들어야 할 주장들이 펼쳐졌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살펴볼까요.

 

헌법재판소는 최근 헌재 청사 대심판정에서 전국중소기업·중소상공인협회가 고용노동부의 '2018년·2019년 최저임금 고시'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의 공개변론을 열고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들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2017년 8월에 전년 대비 16.4% 인상된 7530원을 2018년도 최저임금으로 고시하고, 이듬해 8월에도 다시 10.9% 인상한 8350원을 2019년도 최저임금으로 고시하자 협회는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양측 대리인들은 정부의 최저임금 고시가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자유를 침해하는지를 두고 논쟁했습니다.

 

협회 측 대리인은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돼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등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며 "최저임금제를 운영하는 나라들을 보면 직종이나 연령, 지역 등 여러 기준 중 2~3개를 적용해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는데, 단일한 기준에 의해 1개의 최저임금을 전 산업에 적용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은 중위소득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데, 2년 연속 누적 약 30% 가까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 것은 기업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심각하게 저해해 자유주의적 경제질서를 규정한 헌법에 어긋난다"며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심각하게 저해하기에 자유주의적 경제질서를 규정한 헌법 제119조 1항에 위배되고 △중소기업에 큰 경제적 타격을 입혀 국가의 중소기업 보호·육성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123조 3항에 위배되며 △최근 인상률의 3배에 달하는 수치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국가의 사영기업의 통제·관리의 금지를 규정한 헌법 제126조에도 위배된다"고 했습니다.

 

또 "최저임금 인상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급격하게 결정됐고, (마치) 국가가 통제하는 계획경제와 같다"며 "정부나 정치권은 최저임금을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기능을 상실했으므로 헌재가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고용노동부 측 대리인은 "최저임금은 노사 양측과 전문가로 구성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가 투표를 거쳐 결정을 내린다"며 "여러 차례 논의해 근로자 생계비와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 각종 지표를 고려해 최저임금을 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는 최저임금만의 문제가 아니라 골목상권 보호와 건물 임대료 인하 등의 다양한 경제 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로, 사회정책적 대화의 과제이지 적법절차를 통해 결정된 최저임금을 헌법 위반으로 다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고시가 청구인들의 계약의 자유와 기업영업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소득층의 소득수준 향상과 소득분배를 추구하는 최저임금 인상이 최소침해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이 없으면 모두 괜찮을 것처럼, (최저임금) 정책 실패를 문제 삼는 정치적 공격의 수단이 되고 이념 편향성의 증거로 매도되고 있는데,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과 카드수수료 인하 등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책을 내놓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날 재판관들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없었는지도 주목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여러차례 전원회의를 거쳐 이듬해 최저임금을 정하는데, 그 심의·과정에 문제가 없었냐는 것입니다.

 

김기영 재판관은 정부 측 대리인에게 "2018년과 2019년의 최저임금을 정하는 과정에서 열린 전원회의들에서 근로자나 사용자측 위원의 불참으로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여러차례 회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일이 있었고, 2018년에는 결국 마지막 3차례 회의를 남겼을 때 최저임금액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다음 차례 전원회의를 거쳐 마지막 차례에 결정이 됐는데, 이런 과정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정부측 대리인은 "심의 과정에서 (근로자나 사용자 측) 한쪽 위원이 단체 퇴장이나 불참하는 것과 관련해 꾸준히 문제제기가 있어 법률개정 논의도 있었고 올해도 심의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여론이 있어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다만 2018년의 경우에는 모두 불참했을 때 공익위원들이 설득을 많이 했고, 참석을 안 한 회의에 대해서도 자료나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논의과정에서 (처음에는) 양쪽이 제시한 안에 간극이 넓었지만 논의 과정을 통해 그 사이를 계속 좁혀가다가 최종 두 안은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 등 근접한 상태에서 표결이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선애 재판관은 협회 측에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과정에 대해 절차적 문제점이 있다 주장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대리인은 "결정 과정에서 형식적인 절차는 거쳤지만 각종 경제지표 등을 토의하며 합리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이 불참하거나 파행적인 위원회 운영으로 인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되지 않았다는 취지"라며 "절차적·형식적으로 하자가 있다는 주장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한편 참고인으로 나선 학계와 실무 전문가들도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경영과 고용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두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협회 측 참고인으로 나선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온수 목욕이 몸에 좋다고 해서 온도를 계속 올려 끓을 때까지 올려도 되겠느냐"며 "어느 시점에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커지지 않나. 이 문제를 판단하는데 정부가 한 일이 얼마나 과도한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영세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과 수익성, 고용의 비중을 무시한 인상이 사업자들의 경제적 자유와 재산권을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경제 통계들이 증명한다"며 "2018년, 2019년에 적용한 최저임금은 인상 폭이 과격해 경제적 약자들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크게 박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준비기간 없이 급진적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돼 사업자들이 자신의 영업권과 사업의 재산권을 보호할 시간적 여유마저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용노동부 측 참고인으로 나선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최저임금 1만원은 지난 대선 때 5당 모두 동의한 사회적 합의였고 (오히려)1만원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1650원이 더 인상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고용효과를 뒷받침할 연구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고, 오히려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임금불평등 축소, 저임금계층 축소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며 "객관적 판단 자료가 없음에도 연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정적 효과가 쏟아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헌재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포함, 심리를 거쳐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 헌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한 최종결론을 내릴 방침입니다.

 

과연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 갖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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