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원 불고기가 사리현 불고기로 된 사연

고유지명 상표권 예외 인정된 사업자에게 소송


허영만 화백의 '식객' 만화에서 국내 대표 불고깃집으로 소개된 곳이 있습니다.

'사리원불고기'입니다. 

그러나 이름을 바꿨습니다.

이제는 '사리현불고기' 입니다.

국내 대표 불고깃집으로 날렸던 이름을 버린 사연. 


판결을 통해 살피겠습니다.



사리원불고기 대표 나모 씨는 황해도 사리원이 고향인 외할머니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아 1992년부터 운영했습니다.


나 씨는 서울을 중심으로 아홉개의 직영매장을 운영하며 해외 진출을 꿈꿨습니다. 백화점 입점도 코 앞에 뒀습니다.


그러나 2015년 8월을 기점으로 모든게 바뀌었습니다. 시작은 한 통의 내용증명이었습니다.


"사리원불고기가 상표권을 침해했으니 가게 이름을 바꾸라"


나 씨는 이어 서비스표시권 침해 중지 등 민사소송, 서비스표시권 침해 형사고발까지 당했습니다.


법원과 변호사사무실을 오가느라 바빴던 나 씨는 결국 '사리원'을 '사리현'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내용증명을 보낸 사람은 대전에서 '사리원면옥'이라는 상호로 냉면집을 운영하는 김모 대표였습니다.


김 대표 역시 증조할머니가 운영하던 가게를 물려받았습니다. 1996년 대전 특허청에 상표를 출원했습니다.


나 대표는 '사리원면옥' 상표 출원 4년 전인 1992년부터 '사리원불고기'를 써왔기 때문에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나 대표는 "황해도 사리원시는 특허청에서 상표 등록을 금지하는 '현저한 지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상표법 제33조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많이 사용하는 언어를 상표로 등록시켜주면 사용의 자유가 침해되고 혼란도 발생한다는 취지입니다.


특허청도 1988년 이후 15건의 ‘사리원’에 대한 상표 등록을 거절했습니다. 북한 도시들도 ‘현저한 명칭’에 해당한다는 이유입니다. 


나 대표도 이를 알고 ‘사리원불고기’를 상표 출원하려다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사리원면옥'은 기존에 등기된 상호명 예외조항의 적용을 받아 상표 등록을 받았습니다. 오랜 영업기간을 통해 음식점으로서 사후적 식별력을 획득했다는 이유 였습니다. 해당 규정은 2002년 삭제됐습니다.


나 대표는 1심과 2심에서 지고 현재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현저한 지리적 명칭을 특정인에게 독점 배타적인 권리로 부여하지 않기 위해 상표등록을 할 수 없도록 법에 명시했지만, 식별력 여부에 따라 허용할 수 있도록 하여 혼란과 분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현실이지만, 사업자 개개인들도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동종 업계에서 이미 등록된 상표가 아닌지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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