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손해배상은?


"디자인, 특허, 실용신안 등으로 등록되지 않는 매장 컨셉도 보호받을 수 있을까"


경쟁자와 차별되는 독특하고 신선한 메뉴, 인테리어 등 컨셉을 연구해서 창업합니다. 인기를 끌자마자 비슷하게 따라하는 유사 매장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매출이 하락하게 됩니다. 장사가 잘되는 브랜드를 따라하는 소위 미투(Mee Two) 브랜드로 인한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나의 창작, 기술이나 디자인 등을 독점적으로 보호받으려면 상표법, 특허법, 실용신안법, 디자인법 등에 따라 등록되어야 합니다. 등록되지 않은 것은 타인이 모방한다고 하더라도 문제 삼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예 막을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에서 신설한, 제2조 제1호 차목입니다. 



그동안 부정경쟁방지법은 9가지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정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표장(標章), 그밖에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제2조 제1호 나목), “상품이나 그 광고에 의하여 또는 공중이 알 수 있는 방법으로 거래상의 서류 또는 통신에 거짓의 원산지의 표지를 하거나 이러한 표지를 한 상품을 판매·반포 또는 수입·수출하여 원산지를 오인(誤認)하게 하는 행위”(제2조 제1호 라목) 등이었지요. 


그런데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 행위들이 발생했고, 이를 규제하기 위해 만든 열 번째 유형이 제2조 제1호 차목, “그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2014. 1. 31.부터 신설되어 시행되고 있습니다.  


판례를 살펴보겠습니다.


2013년 5월 서울역에 ㅅ단팥빵을 개업한 민씨. 천연발효종과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해 맛을 차별화했습니다.

매장 전면을 전체 개방해 전면 모두에 매대를 설치하는 등 기존 빵집과는 차별화된 인테리어를 전략으로 삼았습니다.


민씨의 빵집은 하루 매출 1000만원을 넘는 등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해 겨울. 민씨의 빵집에서 퇴사한 제빵사가 민씨의 가게 인테리어와 매대 배치방식, 빵 모양까지 비슷하게 만들어 서울 도심에 ㄴ단팥빵을 개점했습니다. 


씨는 자신만의 차별적 인테리어등을 무단 도용당했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민씨 가게의 인테리어 등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1호 차목이 규정하고 있는 '해당 사업자의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된 성과물'에 포함된다"며 "민씨가 창업 단계에서 상품 기획과 디자인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인 사정에 비춰볼 때 ㅅ단팥빵 매장의 종합적 이미지는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한다"며 민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심도 같은 취지로 판결했지만 1심이 인정한 손해배상액 1억원 가운데 5000만원을 감액해 5000만원만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신설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제 2조 (차)목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매장의 분위기, 시설, 색채, 모양, 외관이나 인테리어 등 그 고유한 이미지를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라고 하여 보호하는데, 위 차목도 비슷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성의 몸매와 유사한 잘록한 허리 모양과 표면에 있는 웨이브 문양으로 대표되는 코카콜라의 독특한 병모양 등이 대표적이고, 이 사건과 같이 특정 매장의 독특한 간판이나 외관 등 전체적인 이미지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앞으로 위 판결은, 선발주자들의 노력, 그동안 개별 상표나 디자인으로 보호받지 못했던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를 인정받는 근거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위 판결을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등록되지도 않은 디자인 등을 보호하는 것이니만큼 법원은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많고, 부정경쟁행위를 입증하는 것도 매우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점차 상도의를 어긋난 모방행위에 대해서 경각심을 일깨우는 부정경쟁방지법의 개정 경향은 눈여겨볼만 합니다. 2017. 7. 28. 시행된 개정법에서는 타사상품의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하는 소위 dead copy에 대해서 기존의 민사상 제조판매금지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외에도 형사 처벌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법에서도 창업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의 가치를 점점 인정하고 있습니다.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이 앞으로 창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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