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병동 탈출하다 환자 추락…병원 책임 있을까?

한국소비자원 "의료진 관리 소홀 책임 일부 인정"


여기 10년 넘게 술에 의존해 산 심각한 알콜 중독 환자 김모 씨가 있습니다.


김 씨는 술에 취하기만 하면 공격적으로 변했습니다. 불을 지르려고 하는 등 공격행동을 일삼지만 정작 자신은 기억을 못합니다. 

이에 경찰이 출동한 사건만 다섯 번. 참다 못한 가족은 결국 김 씨를 폐쇄병동에 입원시키게 됩니다. 


김씨는 병원에 입원한 이후 2개월여 동안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고 치료도 잘 받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 김 씨는 ‘쿵’하는 소리와 함께 병원 5층에서 추락하는데요.


다행히 다른 환자의 신고로 빠른 응급조치가 취해져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골반, 허벅지, 종아리 등 다발성 골절로 수술 및 약물 치료, 재활치료 등을 받아야만 했는데요. 치료비 부담이 상당했습니다.


추락 사유에 관해 김씨는 “환자 여러 명이 창문을 열고 바깥을 보는 과정에서 밀려서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창문 자물쇠가 녹슬고 오래돼 만지니까 그냥 열렸다는 겁니다.


이에 김씨는 “의료진이 시설 및 환자 관리를 소홀히 해 추락 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창문 철창 자물쇠는 잘려져 있었습니다.

김씨가 상·하의 옷을 길게 연결해 벽을 타고 내려가려다 추락한 것인데요. 


병원 측은 사전 계획에 의해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해 다친 것이므로 사고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요? 

위원회는 의료진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알콜 의존성 환자를 병원에 격리 입원 조치하는 이유는 본인의 건강 악화 및 주변에 위해를 가할 위험성이 있는 환자의 사고를 방지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데요. 


위원회는 “창문의 안전장치 미흡 및 도주 등을 예방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환자 위험 소지품 점검에 대한 관리 소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의료진은 폐쇄 병동 입원 환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다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배상책임을 부담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김씨가 스스로 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의료진의 책임 범위를 30%로 제한했습니다. 


위원회는 사건 경위, 나이, 기왕력 등 여러 사정을 감안해 의료진이 김씨에게 재산적 손해 및 위자료 총 477만2623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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