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백종원, 홍탁집과 각서 유효할까

나태해지면 변상, 메뉴 줄여 매출 감소하면 책임?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홍은동 시장 편에 각서가 등장합니다.


돈가스집과 홍탁집에서 쓴 것인데요. 돈가스집에서는 백종원의 각서가, 홍탁집에서는 해당 가게 사장의 각서가 각각 걸렸습니다. 

  

돈가스집 각서에는 "본인(백종원)의 의견으로 메뉴를 3개로 줄였다. 이로 인해 매출이 줄어든다면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겠다"는 백종원의 약속을 담았습니다. 


반면 홍탁집 각서는 "1년 안에 나태해질 경우 백종원 대표가 가게를 위해 지불한 비용의 5배의 금액을 변상한다"는 해당 가게 주인장의 약속이 적혀 있습니다. 


과연 이런 각서들이 법적 효력이 있을까요? 민법에 비춰 살펴보겠습니다. 

  

  

각서는 개인과 개인 간에 어떤 약속을 지키겠다는 내용을 적은 문서입니다. 당사자끼리 구체적인 권리나 의무를 약정하는 '계약서'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내용을 담습니다. 또 일방이 상대방을 위해 약속한다는 점에서도 계약서와 차이가 있습니다. 

  


정형화된 형식이 없는 만큼 각서는 다양한 약속이나 심지어 사적인 내기의 내용까지 적을 수 있는데요.그 내용이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 등에 반하거나 공정성을 잃은 경우, 각서의 법적 효력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민법 103조, 104조)

  

구체적으로 계약서와 비교해볼까요? 사실 계약서는 당사자가 약정한 내용대로 계약을 이행할 경우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습니다. 일방이 약정을 위반해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계약서는 비로소 법적 의미를 갖습니다.  이때 계약서는 양 당사자가 약정한 내용이 계약서에 적힌 내용과 같다는 주장을 입증할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이런 효력은 각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서 내용과 형식이 무효가 아니라면 각서는 그 내용과 같은 약속을 했다는 증거로 사용되고 진술증거보다 신빙성이 높게 인정됩니다. 


다만 각서는 당사자간 다툼이 생긴 상황에서 작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서의 작성 경위와 내용에 따라 법적 효력이 부인될 수 있습니다. 

   

  

돈가스집 각서는 유효한 각서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균 매출금액에서 메뉴를 줄인 시점을 기준으로 매출이 감소한다면 그렇게 감소한 손해를 배상하겠다는 내용인데요. 


각서에 내건 조건이 실제로 현실에서 발생했는지, 아닌지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각서 조건의 실현 여부를 뚜렷이 알 수 있다는 거죠. 이에 따라 각서 내용을 이행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쉽게 판단할 수 있는데요. 물론 메뉴 축소와 매출 감소의 인과관계를 법적으로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반면 홍탁집에 걸린 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어 보입니다. 각서 조건의 달성 기준인 '나태해질 경우'는 추상적 사실로 적법한 조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또 '가게를 위해 지불한 비용의 5배를 변상한다'는 내용도 공정성을 잃은 약속이나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산지방법원 2009. 11. 4. 선고 2009가합13449 판결) 


우리가 흔히 하는 표현인 '각서' 도 내용에 따라 법적 자격이 달라질 수 있음을 살펴보는 좋은 사례네요.

Designed by Kumsol commun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