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인수했는데 2.48km 떨어진 곳에 차려진 또다른 치킨집

결국 치킨집, 점포양수도시에 경업금지는 과연?



권리금을 받고 자신이 운영하던 치킨집을 넘겨주고 근처에 새로 치킨집을 차린 사업자가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주게 됐습니다. 


다소 생소한 경업(競業, 경쟁 업종 하는 것)금지 의무 위반입니다. 


판례를 살피겠습니다.

 

2015년 5월 ㄱ씨는 자영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상권 분석을 거듭했습니다. 괜찮은 점포를 발견했습니다.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을 순조롭게 끝내고 영업주 ㄴ씨와 계약도 마쳤습니다. 기존 주방 설비와 배달용 오토바이 3대 등을 권리금 7000만원에 인수했습니다. 종업원들도 그대로 고용해 일손 문제도 해결했습니다.


ㄱ씨는 바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의욕적으로 장사했습니다. 월매출이 45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습니다.

 

그러나 ㄱ씨의 행복한 계산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점포를 넘긴지 7개월 만인 이듬해 1월 ㄴ씨가 불과 2.48km 떨어진 곳에 또다시 치킨집을 차린 겁니다. ㄱ씨는 ㄴ씨를 찾아 항의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ㄱ씨는 월매출이 반 토막 났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ㄴ씨는 1년 뒤 가게를 접었지만 ㄱ씨는 법정으로 문제를 끌고 갔습니다. ㄴ씨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습니다.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이자를 지급하라는 조건도 달았습니다.


법원은 어떻게 봤을까요.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부장판사 이원)는 작게나마 ㄱ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치킨집 영업을 양도한 ㄴ씨는 영업 양도인으로서 상법상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함에도 약 7개월 만에 동종 영업을 해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했습니다.

 


상법에 따르면 사업을 양도한 사람은 특별한 약정이 없는 경우 10년 동안 같은 시, 군은 물론 인접 시군에서 동종 영업을 할 수 없습니다. 이를 경업금지의무라고 합니다.

 

다만 재판부는 청구액의 일부만을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ㄱ씨 가게의 월평균 매출액이 줄었어도 투입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매출액 감소분을 기준으로 재산상 손해액을 산정할 순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치킨집의 영업이익은 경영자나 종업원의 능력, 인근 다른 치킨집의 개ㆍ폐업,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ㄱ씨의 영업이익 감소 원인을 전적으로 ㄴ씨 탓으로 돌릴 순 없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영업이익 감소액의 50%에 상응하는 1200만원을 재산상 손해액으로 정했습니다. ㄱ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은 재산상 손해를 배상함으로서 회복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위자료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경업금지 의무는 위와 같이 영업양수도의 경우 상법상 명문의 규정이 있고, ㄱ씨는 이를 근거로 만족스럽지는 않았겠지만 배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업금지는 비단 영업양수도의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그리고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 회사 인수합병을 할 때, 투자를 할 때, 동업을 할 때 등 다양하게 계약으로 경업금지의무를 약정해두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상법과 달리 이 때에는 경업금지약정의 범위와 효력이 첨예한 쟁점이 되기 쉽기 때문에, 경업금지를 요구하는 쪽도 경업금지의무를 감수해야하는 쪽도 모두 반드시 그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문과와 이과 어디를 가든 마지막엔 결국 치킨집이라는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자화상. 

 

서울시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3년 이내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치킨집’이었습니다. 매년 7000개의 점포가 문을 열지만 10곳 중 4곳이 3년 이내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경업금지의무가 치킨집 자영업자 사이에 과연 언제까지 적용될 수 있을지 생각케 하는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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