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후 동종경쟁사 입사, 연봉 2배를 물어내라고?

법원 "위약벌 과도하게 무거우면 무효"


경업금지약정이라는게 있습니다.


근로자가 퇴직 후 동종 경쟁업체에 취업하거나, 동일업종으로 창업하지 않겠다는 약정입니다.


이를 위반한 퇴직 근로자에게 연봉의 2배나 되는 금액을 위약벌로 물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살펴볼까요.


2010년 7월. 화장품 제조·판매업체인 A사에 입사한 ㄱ씨는 2014년 1월부터 중국 칭다오에 있는 자회사에서 영업담당 임원으로 파견근무를 했습니다.


ㄱ씨는 회사와 경영계약(기업 경영에 전문 노하우를 가진 대리인에게 경영을 위탁하고 기업은 대신 경영 대리인에게 일정의 수수료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에는 'ㄱ씨가 퇴직 후 2년 간 A사의 동의 없이 경쟁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A사의 고객을 경쟁업체로 유인하지 않는다. 이를 위반시 연봉의 2배를 위약벌로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ㄱ씨는 같은해 3월 A사의 경쟁업체인 B사의 중국 칭다오 지사 영업상무로 이직한 뒤 A사의 기존 판매대리상들과 거래했습니다. 


이에 A사는 올 지난해 1월 "ㄱ씨가 경업금지·고객유인금지 약정을 위반했다"며 "2억12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A사의 손을 일부만 들어줬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A사가 ㄱ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6가합283)에서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양측이 체결한 약정의 유효성과 ㄱ씨의 약정 위반 사실은 인정했지만 위약벌의 내용이 너무 과다해 일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민법 제398조 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위약벌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정해지는 것으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는 그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이 조항을 유추적용해 감액할 수는 없다"며 "다만, 의무의 강제로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해 약정된 위약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해 무효가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ㄱ씨가 A사로부터 경업금지·고객유인금지 약정에 대한 대가를 별도로 지급받지 못한 점, 위약벌 규정 외에도 별도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점 등에 비춰보면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겁다"며 "위약벌 조항은 ㄱ씨가 지급받은 연봉의 1.5배 범위에 해당하는 1억2400여만원에 대해서만 유효하고 나머지 부분은 공서양속에 반해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경업금지 약정을 이유로 한 분쟁은 주변에서 쉽게 벌어집니다.


회사측에서는 회사에 유리한 내용의 경업금지 약정을 무분별하게 체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근로자 측에서는 회사에서 요구하니 일을 하기 위해 경업금지 약정에 서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원칙적으로는 경업금지 약정이 유효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몇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번째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영업비밀' 인지 입니다.


즉 근로자가 고용기간 중에 습득한 기술상 경영상의 정보를 사용해 영업을 했지만, 그 정보가 동종업계 전반에 어느정도 알려져 있었거나 입수에 그다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지 않았던 경우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하지 않거나 그 보호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및 퇴직경위입니다.


직급이 높을수록, 근무연수가 많을수록 경업급지 약정의 유효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퇴직에 회사의 귀책 사유가 있다면 경업금지 약정의 효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번째는 경업제한의 기간, 지역 및 대상직종 입니다.


경업금지 약정의 제한기간이 장기간일수록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제한됩니다. 재판부는 통상 1년 정도 내에서 제한적인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지역을 넘어서 지나치게 광범위한 지역을 경업제한 지역으로 설정할 경우 효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네번째는 대상(보상)조치의 여부 입니다.


경업금지 약정의 대가로 회사가 근로자에게 대상(보상)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경업금지 약정을 요구하며 이에 대한 아무런 대가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그 효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에 유리한 내용으로 경업금지 약정을 꽉 채워 만들고 싶을 겁니다.


그러나 지나칠 경우 오히려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돼 그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 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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